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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실한 태도가 전달되기를, 배우 폴 지어마티
정재현 2024-02-23

-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작품에 두 번째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페인과 협업한 전작 <사이드웨이>의 마일스와 <바튼 아카데미>의 폴은 특정 분야에 해박한 싱글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혹시 페인 감독이 배우로서 당신의 어떤 매력에 주목하는지 물어본 적 있나.

= 감독들은 늘 내게 쉽게 좋아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다. 아마 내가 곧잘 연기해냈기 때문에(웃음) 거듭해 까다로운 캐릭터를 계속 맡아달라는 섭외가 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폴은 마일스에 비하면 괜찮은 남자 아닌가? 폴은 자기 연민도 덜하고 보통의 사람만큼 우울감을 느낀다.

- 페인 감독의 촬영 현장은 19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나.

= 큰 틀에선 달라지지 않았다. <사이드웨이> 이후 우린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그와의 촬영이 한결 수월해졌다. 형식적인 면에서 <바튼 아카데미>의 현장이 <사이드웨이>의 현장과 달라진 측면은 있다. 이번 영화의 촬영장엔 늘 두대의 카메라가 비치돼 있었다. 이 점이 배우에게 즉흥성을 요하기도 했지만 숏을 구성하는 그의 방식이 확실히 전보다 더 정석적으로 변했다

- 폴은 천생 교사다. 그는 바튼 아카데미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모든 학생의 이름과 각각의 성격을 다 외운다. 또 학교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남을 가르치기를 즐긴다. 폴의 직업적 특성을 어떻게 구축해갔나.

= 폴은 가르침의 미덕을 맹신하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폴은 교사라는 직업에 진심이고 학생들에게 관심도 많다. 나는 그가 그릇된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의 가르침은 지나치게 규율을 강조하는 가혹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 폴이 등장할 때마다 그의 걸음걸이를 주시하게 된다. 폴의 독특한 걸음걸이는 어떻게 만들어갔나.

= 걸음걸이를 먼저 만드는지 대본을 읽고 걸음걸이를 구축하는지에 대한 선후관계는 정해두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확실히 고유의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다. 걸음걸이를 체화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본을 거듭 읽다 보면 절로 캐릭터의 걷는 모양새가 내 안에서 튀어나온다.

- 영화 후반 폴과 앵거스(도미닉 세사)가 교정 주차장에서 나누는 대화가 뭉클하다. 그 장면을 찍을 당시를 회상한다면.

= 나 역시 그 장면을 좋아한다. 실제로도 프로덕션 후반부에 그 신을 촬영했다. 영화에서처럼 도미닉과 나는 촬영 기간 내내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그래서 주차장 대화 신을 찍을 때 둘 다 감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차올라 넘치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애를 썼다. 폴과 앵거스는 너무도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세대의 남자라 서로 안거나 손을 맞잡지 않아도 절절한 감정이 오가야 했다.

- 폴은 결함투성이지만 끝내 자신의 교직관을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을 계도하려 애쓴다.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폴의 노력이 지금의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사실 폴은 일종의 위선자다. 폴 자신은 제자들을 훈육하고 가르친 방식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의 끝에 이르면 보편적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한다. 그는 제자 앵거스를 향한 이타심을 몸소 실천한다. 그가 무의미한 헛소리를 그만두고 한명의 학생을 구하려는 진실한 태도가 관객에게 가닿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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