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배우 중 하나인 조이 크래비츠가 주연한 <키미>가 최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HBO Max에서 스트리밍으로 독점 소개됐다. 지난 2월10일부터 스트리밍되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키미>는 그가 <렛 뎀 올 토크>(2020)와 <노 서든 무브>(2021)에 이어 세 번째로 HBO Max와 함께한 작품이다. 전작 두편이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에 비해 <키미>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로튼 토마토에서 93%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메타스코어에서는 78점을 기록했다. 반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IMDb 사용자 평점은 6.3점에 그쳤고, 로튼 토마토 내 관객 점수는 50%다. 일부 평론가들은 극중 상황에 대한 부연 설명이 상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화 제목인 ‘키미’는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라 시리와 알렉사 등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성인식 비서 또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명칭이다. 조이 크래비츠가 맡은 안젤라는 ‘키미’가 동작 오류가 있을 때 이를 교정하는 기술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던 안젤라는 ‘키미’의 동작 오류 교정 중 범죄 현장이 녹음된 듯한 파일을 발견한 후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본사로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문제는 안젤라에게 광장공포증이 있다는 것. <키미>를 보다 보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필사의 추적> 등이 연상된다. 그렇다고 이 작품들을 어설프게 카피했다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와 페이스타임 등을 적절하게 사용해 마치 현대식으로 업그레이드된 속편 같은 느낌이 더 든다.

1시간29분이라는 상영시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키미>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완벽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스릴러의 장르적인 재미를 효과적으로, 장황한 설명 없이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특히 조이 크래비츠는 3월 개봉을 앞둔 화제작 <더 배트맨>에서 캣우먼을 연기했으며, <키미>에서도 연기력은 물론 실감나는 액션을 보여준다. 한편 워낙 다작을 선보였던 소더버그 감독이기에, 일부 평론가들은 너무도 시기적절할 때 나온 <키미>에 대해 “혹시 지난주에 만든 영화 아니냐”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소더버그 감독의 최근작 중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는 <키미>.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현대인들이 느끼는 멜랑콜리아를 장르의 힘을 빌려 들려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