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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클래식의 파격적 재해석, <크루엘라> 시사 첫 반응
이주현 조현나 남선우 2021-05-26

엠마 스톤 주연의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가 5월 26일 오후 5시 전 세계 최초 개봉했다. <크루엘라>는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엠마 스톤)가 패션에 재능을 찾고, 남작 부인(엠마 톰슨)을 만나 충격적 사건을 겪으면서 런던 패션계를 뒤집는 파격 아이콘 ‘크루엘라’로 재탄생하는 이야기다. <말레피센트> 시리즈, <미녀와 야수> 등 오리지널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지속 중인 디즈니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한 <크루엘라>는 차별화된 스토리와 캐릭터 해석으로 디즈니 역사에 새롭게 남을 문제적 캐릭터를 선보인다. <크루엘라>의 시사 첫 반응을 전한다.

이주현 기자

<크루엘라>를 통해 디즈니는 20세기와 안녕을 고한다. 크루엘라 캐릭터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으며, 사랑과 우정, 숭고한 희생과 정의구현에도 관심이 없다. 재밌게도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사실상 원작에선 캐릭터와 소재만 차용했을 뿐 크루엘라는 거의 창작에 가까운 캐릭터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크루엘라>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조커> <아이, 토냐>를 한데 섞은듯한 영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앤디에 <조커>의 조커와 <아이, 토냐>의 토냐를 적절히 배합하면 크루엘라와 비슷한 캐릭터가 나올 것이다. <아이, 토냐>를 만든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을 <크루엘라>의 감독으로 낙점한 디즈니의 안목은 결과적으로 매우 탁월했다. <크루엘라>는 엠마 스톤의 매력이 폭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엠마 스톤은 크루엘라의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격과 그런 성격을 반영한 남다른 패션, 이중성과 광기를 온 몸에 휘두른 채 원맨쇼를 펼친다. 연기도 연기지만, 런던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바로네스 남작 부인을 연기한 엠마 톰슨과 이제 막 디자이너로 재능을 꽃피우는 엠마 스톤의 ‘패션쇼’를 감상하는 재미도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가 황홀한 것은 물론 디즈니의 파격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조현나 기자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크루엘라는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빌런들과 다르다. 여느 동화처럼 괴물이나 마녀의 형상을 하지도, 마법의 힘을 빌려 원하는 바를 취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런 인물이 실제 존재할지 모른다는 섬뜩함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다. 때문에 197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크루엘라가 새롭게 실사화 된다고 했을 때 그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던 차였다. 서둘러 이야기하면, 원작의 크루엘라는 잊어도 좋다. <크루엘라>는 수단에 불과하던 악역 크루엘라에게 단단한 서사를 부여한다. ‘크루엘라’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에스텔라’로서 살아가게 된 연유를 그의 어린 시절부터 꼼꼼하고 차분하게 짚어간다. 인상적인 점은 패션에 대한 열정을 크루엘라의 중심에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전에 없던 새로운 빌런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크루엘라와 남작 부인의 대립 구도도 흥미롭다. 이들의 전쟁은 누가 더 신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내놓느냐의 싸움이다. 패션계의 판을 짜고 다시 뒤엎는 과정을 크루엘라 역의 엠마 스톤과 남작 부인 역의 엠마 톰슨, 두 ‘엠마’가 긴장감 있게 이어간다. 크루엘라의 면면을 완전히 이해하긴 어려울지라도, 원작에서 느낀 불편감 없이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남선우 기자

적과 흑, 그리고 백. 영화 <크루엘라>는 세 개의 선명한 시그니처 색상처럼 심플하게 달린다. 붉게 타는 욕망이 캐릭터를 자극한다. 어둠 속에서 악행이 자행된다. 그러나 빌런에게도 사연이 있다. 악당 이야기의 전형은 디즈니의 새 디바 <크루엘라>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영화는 검증된 플롯 안에서 에스텔라가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유년기부터 크루엘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년기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지루할 새 없이 몰아치는 스토리로 인해 인물이 무엇을 욕망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다들 빌런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하니까 내가 빌런이 돼주겠다”는 에스텔라의 대사를 들으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가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별개로 뻔뻔하리만치 당차고 이기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엠마 스톤의 캐릭터 플레이는 충분히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크루엘라>는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에스텔라의 리버티백화점 첫 출근 시퀀스는 VR 체험마냥 선명한 화려함을 자랑한다. 에스텔라가 하우스 오브 바로네스에 입성하는 대목도 비슷하다.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이 진흙탕 성공신화의 BGM처럼 흐르니 벅차오를 수밖에 없다. 이후 에스텔라가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구축해 크루엘라로 거듭날 때의 강렬한 의상들은 락스피릿 넘치는 음악을 만나 이모 펑크(emo funk) 스타일의 최전선으로 전시된다. 좋은 관람 환경에서 오감으로 만끽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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