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2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이 시즌2로 돌아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킹덤>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역병이 창궐한 조선을 배경으로, 역병을 해결하려는 이들의 고군분투와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암투를 담은 드라마다. 시즌1이 역병의 창궐 과정과 인물들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중심이 됐다면, 이번 시즌2는 좀비들과의 대결이 일단락되며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대립도 마무리된다.

현재 <킹덤> 시즌2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재밌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평에 큰 힘을 보탠 것이 조연 캐릭터들이다. 그저 주인공을 위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한명 한명 각자의 사정과 목표를 가지고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주인공인 왕세자 이창(주지훈)의 모험담 외에도 시즌2는 조연 캐릭터들의 성장기, 생존기, 몰락 등으로 읽히기에도 충분했다. <킹덤> 시즌2를 더욱 빛낸 7인의 조연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계비 조씨(김혜준)

<킹덤> 시즌2

계비 조씨(김혜준)는 시즌1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시즌1에서는 아버지 조학주 대감(류승룡)의 위압감에 짓눌렸던 그는 드디어 벼리고 벼리던 칼을 꺼내 든다. 중전으로서의 권력을 손에 넣었지만 남아선호 사상 아래에서 늘 무시당해온 만큼, 그 칼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하찮은 계집이 모든 것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쌓여왔던 울분이 터지며 슬픔과 광기가 함께 드러났다. 계비 조씨를 연기한 김혜준은 지난 시즌에서 다소 어색한 톤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복합적인 감정을 심도 있게 표현하며 논란을 단번에 잠식시키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안현대감 (허준호)

<킹덤> 시즌2

시즌2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는 안현대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대쪽 같은 신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쉽지 않았던 선택을 두고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뱉을 때에는 그 굳건함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다. 시즌1에서 안현대감은 이미 좀비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을 하며 모호한 여운을 남겼다. 시즌2에서는 이에 관한 비밀이 풀리며 안현대감의 내면을 조명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강조한다. 보는 이에 따라 그를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놀라움을 사는 행동들을 본다면 돌을 던지지는 못할 듯하다. 오랜 경력으로 탄탄한 내공을 쌓은 허준호 배우는 이런 안현대감을 노쇠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호랑이처럼 기품 있게 표현했다.

덕성 (진선규)

<킹덤> 시즌2

진선규가 연기한 덕성은 안현대감의 우직한 오른팔이다. 조연 캐릭터 중에서도 그의 비중은 적은 편에 속하지만 짧은 순간에 보여준 임팩트만큼은 충분히 강렬하다. <범죄도시>의 파렴치한 범죄자, <극한직업>의 코믹한 형사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온 만큼 진선규는 이번에도 굳건한 덕성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또한 앞서 말한 안현대감의 비밀이 드러난 후 덕성의 모습을 천천히 돌아본다면 그의 표정, 행동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무영 (김상호)

<킹덤> 시즌2

감초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이창의 호위무사 무영(김상호)은 시즌2에서는 그 중요도가 대폭 상승했다. 사건 전개, 이창의 성장 등 여러 면에서 그는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킹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촘촘히 얽힌 치밀한 각본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전에 등장했던 주요 복선과 후반부로 이르는 결말까지 빠짐없이 그가 연계된다. 김성호 배우는 특유의 친근한 미소로 때로는 훈훈함을, 또 때로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며 다양한 면모를 자랑했다.

영신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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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에서 영신(김성규)는 ‘생존’이라는 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캐릭터다. 시즌1에서도 윤리보다는 삶을 택했던 그의 캐릭터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른 이들이 문제의 원인을 찾을 때, 영신은 결과만 직시한다. 살아남기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는 인물이다. 이런 그의 성격이 과거 겪었던 끔찍한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역설적이다. 영신은 생존기를 그리는 작품에서 빠지면 섭섭한 현실 직시형 캐릭터로서 날 것의 매력을 뽐낸다.

조범팔 (전석호)

<킹덤> 시즌2

피와 살이 튀기고, 권력을 잡기 위한 속임수가 판치는 <킹덤>의 세계관에서 소소한 웃음을 담당한 캐릭터는 조범팔(전석호)이다. 시즌1에서 조범팔은 무능력한 관료의 전형이면서도, 엉성한 귀여움으로 밉지 않은 악역을 담당했다. 이번 시즌에서도 그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맡았으며, 점점 인간애를 되찾아가며 정감 어린 캐릭터로 거듭났다. 좀비떼를 보고도 칼을 휘두르기 바쁜 주변인들과 달리 늘 두려움에 떠는 모습도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극 중 조범팔이 보여준 여러 변화들도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그의 여린 성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민치록 (박병은)

<킹덤> 시즌2

마지막은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등장한 ‘뉴페이스’ 민치록이다. 그는 베일에 싸인 살인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다른 캐릭터들이 여러 고민들에 휩싸여 갈등한다면, 민치록은 자신의 책무를 위해서만 움직이는 기계 같다. 심지어 고난이 닥쳤을 때도 그의 눈빛은 변함이 없다. 사리분별을 잘하며, 다른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강직함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얼굴이다. 또한 민치록은 어영대장답게 출중한 무술 실력을 겸비해 화살 두 개를 동시에 명중시키고, 좀비들을 두부 썰듯 베어나가는 등 <킹덤>의 화려한 액션을 살리는 데도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