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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웃을 수가 있나! 찰떡 코미디 자랑했던 영화 속 콤비들

<나쁜 녀석들 ; 포에버>

17년 만에 귀환한 <나쁜 녀석들: 포에버>. 화려한 볼거리만큼 반가운 것이 주인공 마이클(윌 스미스), 마이크(마틴 로렌스)의 재회다. 어떤 상황에서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여전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들처럼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는 말을 코미디에도 접목시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들이 있다. ‘나쁜 녀석들’의 귀환과 함께, 찰떡같은 케미를 보여줬던 영화 속 코미디 콤비들을 돌아봤다.

<덤 앤 더머>

로이스(짐 캐리) & 해리(제프 다니엘스)

<덤 앤 더머>

첫 번째는 지금까지도 제목이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 있는 <덤 앤 더머>다. 1990년대를 수놓은 짐 캐리의 코미디 전성기를 장식한 영화 중 하나. 죽마고우인 로이드(짐 캐리)와 해리(제프 다니엘스)가 우연히 주운 돈 가방(두 사람은 돈이 들어있는 줄도 모른다)의 주인을 찾아주러 가는 이야기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과연 누가 바보(Dumb)고 누가 더 바보(Dumber)일까. 정답은 도토리 키재기다. 한 사람이 멍청한 행동을 하면, 나머지는 이에 한 술 더 뜨는 행동을 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찰흙으로 빚어낸 듯한 두 배우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덤. 직관적이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코미디 연타를 보여줬다.

<맨 인 블랙>

J(윌 스미스) & K(토미 리 존스)

<맨 인 블랙>

윌 스미스의 2관왕이다. 프랜차이즈 영화로 거듭난 <맨 인 블랙> 시리즈 속 J(윌 스미스)와 K(토미 리 존스)다. 외계인이라는 소재, 화려한 액션 등 여러 재밋거리가 있었지만 <맨 인 블랙>을 지금의 위치로 올려준 것은 역시 유쾌한 분위기다. 이를 담당한 것이 개성으로 똘똘 뭉친 J&K 콤비. 무뚝뚝하게 할 말 다 하는 베테랑 요원 K와 위급한 상황에서도 재치를 잃지 않는 J의 애증 어린 모험담은 버디무비가 가지는 코미디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J는 원작인 동명 코믹스에서는 백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영화의 톤을 더욱 가볍게 설정, 윌 스미스를 캐스팅했다. 가히 ‘신의 한 수’였다고 할 만하다.

<러시아워>

리(성룡) & 제임스(크리스 터커)

<러시아워>

<나쁜 녀석들> 시리즈와 함께 ‘경찰 버디 무비’하면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있다. 흔히 볼 수 없던 조합으로 흥행에 성공, 세 편의 영화를 배출한 <러시아워> 시리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 가졌지만 스탠드 업 코미디언 출신의 크리스 터커, 아시아를 대표하는 액션스타 성룡의 조밥이 빛을 본 사례다. 극강의 하이톤으로 ‘드립’을 쏘아대는 제임스(크리스 터커)와 리(성룡)의 호흡은 조화를 이루며 유쾌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매번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두 사람의 NG장면도 묘미. 2017년에는 <러시아워 4> 제작이 확정됐지만 결국 무산,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여러 루머들이 나왔으나 공식적인 제작 소식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주성치 · 오맹달

<소림 축구>

이번에는 아예 중화권이다. 거기다 한 작품 혹은 시리즈에서 활약한 캐릭터가 아니라, 수많은 영화에서 함께 활약했던 주성치, 오맹달 콤비다. 주성치가 감독으로 변신하기 전부터 그를 스타덤에 올렸던 <도성>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콤비를 활성, <도협>, <서유기>, <희극지왕> 등 수많은 작품에서 함께 코믹 연기를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서로가 서로를 받쳐준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을 자랑했다. 마지막 협업이었던 <소림 축구>는 당시 중국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그러나 그들은 <쿵푸 허슬> 캐스팅에서 비롯된 불화(주성치가 오맹달을 <쿵푸 허슬>에 캐스팅하지 않았다), 오맹달의 건강 악화 등으로 각자의 길을 걸었다. 최근 주성치 감독은 “다시 오맹달과 작업하고 싶다“고 발언, 팬들의 감동을 자아낼 만남을 예고하기도 했다.

<화이트 칙스>

케빈(숀 웨이언스) & 마커스(마론 웨이언스)

<화이트 칙스>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감독의 <화이트 칙스>는 21세기 블랙스플로이테이션(흑인 배우들의 주연으로 한 선정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키넌 감독은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뜨거운 것이 좋아>(1959)에서 나온 ‘여장남자 형사 듀오’를 흑인 배우들(감독의 형제들이다)에게 접목시켰다. 결과는 알다시피 대성공. 백인 상류층 소녀들로 분장한 주인공 케빈(숀 웨이언스), 마커스(마론 웨이언스)는 랩을 하는 듯한 찰진 말투로 거침없는 코미디를 보여줬다. 덤으로 인종 차별, 빈부 격차 등을 코믹하게 풍자하며 폭소를 유발했다. 이후 키넌 감독은 형제들을 그대로 기용한 <리틀 맨>으로 재능을 다시금 입증했다.

<21 점프 스트리트>

슈미트(조나 힐) & 젠코(채닝 테이텀)

<21 점프 스트리트>

다음은 <21 점프 스트리트> 속 슈미트(조나 힐) & 젠코(채닝 테이텀)이다. 그들에게는 어리숙하고 찌질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을 가진 ‘너드미’가 입혀졌다. 경찰 듀오의 고등학교 잠입 수사를 그린 <21 점프 스트리트>. 그 속에서 조나 힐은 여러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어벙한 매력을 뽐냈으며, 반대로 그간 멋들어진 역할을 주로 맡았던 채닝 테이텀은 ‘빛 좋은 개살구’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학창 시절과는 정반대의 입장이 된 둘(외톨이였던 슈미트는 ‘인싸’가, 인기남이었던 젠코는 ‘아싸’가 된다)의 묘한 괴리감도 코믹함을 더했다. 동시에 기존의 장르 클리셰를 철저히 뒤트는 디테일까지 가세해 <21 점프 스트리트>는 신박한 코미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듀 데이트>

피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에단(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듀 데이트>

2019년 <조커>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미 쥔 토드 필립스 감독이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코미디 전문 감독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그가 <행오버> 시리즈의 일등 공신 자흐 갈리피아나키스를 다시 소환, 거기에 ‘아이언맨’으로 최고 주가를 달성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동석시킨 영화가 <듀 데이트>다.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가야 하는 피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우연히 만난 에단(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때문에 악재의 악재에 처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에단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속 등장하는 빌런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노 유발’을 선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짜증 연기의 ‘끝판’을 보여줬다. 두 배우의 어처구니없는 케미와 토드 필립스 감독의 화장실 코미디를 가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나를 차버린 스파이>

오드리(밀라 쿠니스) & 모건(케이트 맥키넌)

<나를 차버린 스파이>

마지막은 2018년 개봉한 <나를 차버린 스파이>다. 그 수가 현저히 적은 여성 듀오 영화에서, 더욱 드문 코미디 장르라는 점이 큰 의의를 가지는 작품이다. 정극 연기로 경력을 쌓은 후 <프렌즈 위드 베네핏>, <19곰 테드> 등으로 코미디에서도 재능을 보여준 밀라 쿠니스, 이미 <SNL> 크루로 활동하며 코미디에 일가견을 이룬 케이트 맥키넌이 주인공 오드리, 모건을 연기했다. 알고 보니 국제적인 스파이였던 오드리의 전 남자친구로 인해 두 사람이 첩보전에 휘말리는 전개다. 긴박한 상황에 굴하지 않는 유머, 오히려 문제의 해결점이 되는 엉성함, 맥락 따위는 무시하는 뻔뻔스러움이 끊임없이 재미로 작용했다. 기존의 코미디 영화에서 빈번히 등장했던 지점들이었지만, 이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의 성별이 바뀐 것만으로도 색다른 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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