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배우가 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서 곽철용 역을 맡았던 김응수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타짜> 속 그의 모습, 대사들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푸른색 옷을 자주 입고 나와 ‘Blue(청색) Iron(철) Dragon(용)’이이라는 별칭까지 생겼으며, 곽철용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팬 메이드 포스터·예고편도 등장했다.
심지어 9월25일 개봉한 김응수의 출연작 <양자물리학>도 온통 그의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조연임에도 불구, 이용자들이 직접 입력하는 명대사란에는 곽철용을 패러디한 대사들로 가득하다. 현재 김응수의 소속사에는 인터뷰, 광고 문의 등이 끝이지 않고 있다고. 현시점에서, 새롭게 ‘붐’을 맞이한 김응수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왼쪽부터) 팬메이드 포스터, <양자물리학> 네이버 명대사란.
나이
응수옹의 생신을 챙기고 싶은 이라면 기억하자. 김응수는 1961년 2월12일생으로 올해 만 58세를 맞이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안으로 인한 여러 해프닝이 있었다. 6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할 때는 “아버지와 딸처럼 보인다”는 농담도 들었으며, 연극배우 생활을 하며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돌릴 때는 극단 대표로 오해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직접 “딸과 함께 다니면 사람들이 할아버지로 보기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연극배우
김응수는 배우의 꿈을 안고 서울예술대학교 연극학과에 진학해 연기를 배웠다. 이후 국내 유명 극단인 ‘목화’에 입단했다. 연극 <운상각>으로 첫 주연작을 장식한 후 <오구> 등의 연극으로 대학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열악한 연극판 환경 속에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부모님이 연극하는 것을 반대해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겸했다. 성공을 쫓기보다 본인은 무명 배우라는 것을 수없이 되뇌며 연기에 전념했다고 한다.
이후 김응수는 매체 연기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종종 연극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났다. 최근 출연한 연극으로는 2016년 러시아의 유명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을 각색한 <플라토노프>가 있다.
일본 유학
목화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돌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거장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이 설립한 영화학교에 입학, 7년간 연기가 아닌 연출을 배웠다. 졸업작품으로 재일 동포의 정체성을 다룬 <사자의 계절>을 연출해 일본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런 경력 덕에 한국으로 돌아와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감독과 함께 연출 방향을 논하기도 했으며, 제작진이 직접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오랜 일본 유학 경험으로 김응수는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다. 때문에 유독 일본인 역할을 많이 맡았으며, 출연작이 아니더라도 일본어 감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2016년 방영된 KBS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대사 구사와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60건이 넘는 필모그래피
만 35세의 나이로 또래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김응수는 지금까지 무려 60건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는 일본에서 촬영했던 한국영화 <깡패수업>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한국으로 건너와 배우 생활을 재개했다. 이후 단역, 조연, 주연 등을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들로 활약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작은 배역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작은 배우다. 세상에 작은 역이란 없다. 작은 배우만 있을 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많은 출연작 가운데 그가 꼽는 ‘인생작품’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처음 호흡을 맞춘 후, 임상수 감독은 직접 김응수를 찾아가 <그때 그사람들>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하고 싶은 역할을 고르라”고 말했다. 김응수가 선택한 역할은 중앙정보부 김 부장(백윤식)의 수하 민 대령. 명령을 칼같이 수행하는 뚝심 있는 캐릭터다. 김응수는 연기를 위해 민 대령의 모티프가 된 박홍주 대령의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그를 연구했으며, 묘소에도 찾아가 “누를 끼치지 않고 잘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2010년에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던 KBS 드라마 <추노>에 출연, 사극 전문 배우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최종 보스’ 격인 좌의정 이경식을 연기했다. 최고의 권력자이자 모든 계략을 조종하는 인물. 각본 집필 때부터 김응수를 염두, 그에게 맞추어 창조된 캐릭터로 이에 걸맞게 무게감 있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부하들에게도 ‘~하게체’를 쓰며 격식을 갖추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김응수는 <재밌는 영화>, <위험한 상견례>, <하이힐>, <공작> 드라마 <해를 품은 달>, <각시탈> 등으로 코미디와 정극을 넘나들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명대사 제조기
김응수는 특유의 찰진 발음과 어투로 대사의 맛을 잘 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윤종빈 감독의 출세작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는 특별출연이었지만 귀에 박히는 대사들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귄위를 이용해 후배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최주동 부장 검사.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뱉은 “누군 인마 깡패 수사 안 해본 줄 알어~!”는 마주치기도 싫은, 속칭 ‘꼰대’의 면모를 200% 끌어올렸다.
현재 크게 화제 되고 있는 <타짜>의 곽철용도 빠질 수 없다. “묻고 더블로 가!”, “나도 순정이 있다…”, “또 지면 너 변사체가 된다”, “담배 하나 찔러봐라“ 등 거의 모든 대사가 명대사로 남았다. 그중 백미는 역시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XX야”. 부하 운전수의 “올림픽대로가 막힐 것 같습니다”에 대한 곽철용의 대답이다. 김응수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대사가 애드리브였다는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운전수를 연기한 단역 배우가 정적을 메우기 위해 애드리브를 쳤고, 이에 “어라 이 자식 봐라?”하는 생각으로 맞받아쳤다고. 덕분에 곽철용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명대사가 탄생했다.
개그 감각
김응수는 재치 있는 입담의 소유자기도 하다.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믹한 모습으로 ‘빵빵 터지는’예능감을 보여줬으며, KBS <개그콘서트>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개그 본능을 제작진이 알아본 탓인지, 아예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도 활약했다. 유재석, 김원희가 진행하는 MBC 예능 <놀러와 - 트루맨쇼>에 출연해 개그 본능을 발휘했다. 박재범, 권오중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멤버들과의 찰떡 호흡이 포인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수영장 제공
김응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자택에 있는 수영장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거주지는 지인들과 함께 충청남도 보령시에 지은 통나무 주택 단지. 그곳에 사비로 워터파크 급 규모의 수영장을 설치했다. 그리고 단지 내 펜션 이용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방송에 출연해 이를 공개한 김응수는 “돈을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제가 짠돌이입니까? 돈을 받게”라고 답했다. 그리고 “관리비를 생각하면 속은 쓰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