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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독보적인 목소리, 스칼렛 요한슨의 노래가 담긴 영화들

목소리만 존재하는 A.I.와 사랑에 빠진다? 독특한 컨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그녀>가 5년 만에 재개봉했다.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를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 주인공 A.I.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자꾸자꾸 듣고 싶은 그녀의 음색을 직접 부른 노랫말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들을 모아봤다.

그녀

Her , 2013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는 그동안 전무후무했던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을 매혹했다. 테오도르와 전부인 캐서린(루니 마라)과의 지난 사랑의 기억들에 대한 묘사도 아름답지만, 누가 뭐래도 <그녀>의 일등공신은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 스칼렛 요한슨은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온전히 목소리만으로 이 영화를 통해 제8회 로마국제영화제, 제40회 새턴 어워즈의 여자 연기상을 꿰찼다. 후보에 오른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다. 목소리 출연만으로도 이 같은 기록이 가능한지 의아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부정하기 힘들다.

<그녀>는 지금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가 시리나 빅스비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욕심내다가 짜증을 내기 일쑤지만. 앞으로 더 나은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된다면야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가진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프로그래밍된 감정 표현이겠으나, 사만다는 설렘이나 들뜬 감정까지 표현해내는 운영체제니까. 단출한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사만다가 직접 작곡한 노래 ‘더 문 송’(The Moon Song)을 테오도르에게 불러주는 장면은 다소 허황될법한 <그녀>의 스토리를 수긍하게끔 만들어준 꿈결같은 장면이었다.

Sing , 2016

디즈니에 <주토피아>가 있다면, 일루미네이션에는 <>이 있다. 두 애니메이션은 모두 의인화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국민 노래 오디션이라는 소재로 진행되는 <>은 오디션에 참가한 가지각색 동물들의 노래 솜씨를 볼 수 있다. 코알라, 돼지, 생쥐, 코끼리, 고릴라, 양 등 온갖 동물들이 한데 모였다. 이렇게 노래가 주를 이루다 보니 당연하게도 많은 스타 가수들이 사운드 트랙을 빛내게 됐는데, 비틀즈, 비욘세, 레이디 가가, 니키 미나즈, 엘튼 존, 샘 스미스, 테일러 스위프트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들 틈에서도 의외의 가창력을 뽐내는 스칼렛 요한슨의 삽입곡이 인기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로 완성된 캐릭터 애쉬는 호저라는 생소한 동물인데, 고슴도치처럼 몸에 가시가 돋친 생김새다. 애쉬는 바람난 남자친구에게 상처 입은 캐릭터다. 전자 기타를 멘 채 홀로 무대에 당당히 오른 애쉬가 ‘셋 잇 올 프리’(Set It All Free)라는 곡을 열창한다. 미련과 상처를 이겨내고 자유롭게 비상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가사를 속 시원하게 뱉어내는 장면이 인상 깊다. 가시가 곧잘 빠지는 동물 호저의 특징을 구현한 재치 있는 디테일까지 흥미롭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 2003

아역배우로 데뷔한 스칼렛 요한슨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통해 작품성과 연기력까지 거머쥔 배우로 올라섰다. 한때 잘 나가는 영화배우이던 밥(빌 머레이)은 광고 촬영차 일본에 왔다. 20대 유부녀 샬롯(스칼렛 요한슨)도 남편의 출장으로 도쿄에 왔지만 낯선 곳에서 무료하게 지낸다. 정신적 방황과 공허를 앓던 두 사람이 우연히 서로의 처지에 대해 공감하고 가까워진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는 밥과 샬롯이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동석한 일본인들과 노래하고 춤추며 환호성도 질러보는 둘. 다른 영화에서라면 충분히 유쾌한 장면이 될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흥은 다르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자신의 방황을 낯선 타국에서 더 인지하게 된 이들이 아무리 신나게 노래를 불러봐도 관객들은 즐거움이 아닌 쓸쓸함을 체감하게 되는 것. 핑크색 가발을 뒤집어쓴 샬롯은 프리텐더스의 ‘브라스 인 포켓’(Brass in Pocket)을 부른다. 이어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밥은 록시 뮤직의 ‘모어 댄 디스’(More Than This)를 부르며 이따금씩 샬롯과 시선을 맞춘다.

정글북

The Jungle Book , 2016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정글북>이 2016년에 개봉했다. 인간이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숲에서 늑대들에게 길러진 아이 모글리(닐 세티)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 비단뱀 카아의 목소리를 맡았다. 스칼렛 요한슨을 카아 역에 캐스팅한 점은 여러모로 탁월했다. 작은 체구의 모글리에게는 위협적인 크기로 천천히 다가오는 카아는 모글리의 아버지에 얽힌 과거를 알고 있는 캐릭터다. 모글리에게 과거의 일을 설명해주는 동시에 최면을 걸어 잡아먹으려 하는 카아.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어딘가 나른하고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는 카아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와 만나 최고의 궁합을 선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가는 동안 깔리는 사운드 트랙 가운데 하나를 스칼렛 요한슨이 직접 불렀다. 그녀가 부른 ‘트러스트 인 미’(Trust In Me)라는 제목의 노래는 <정글북>에서 속내를 숨기고 모글리에게 접근하는 거대 뱀 카아의 분위기를 닮아 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스칼렛 요한슨에게 가장 적합한 음역대처럼 느껴지는 것도 장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빌 머레이는 <정글북>의 히말라야 불곰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불곰은 모글리를 카아의 위협으로부터 구출해내는 역할로 출연했다. 높은 완성도로 찬사를 받은 <정글북>이 속편 제작을 결정지었으나, 카아가 재등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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