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 찾아온 유명 영화배우와의 로맨스. 이토록 비현실적인 만남을 왠지 현실에 있을 법한 러브 스토리로 그려낸 <노팅 힐>이 벌써 개봉 20주년을 맞았다. 추억의 영화 <노팅 힐>의 재개봉에 부쳐, 영화에 담긴 소소한 뒷이야기 열세 가지를 추렸다.
*경고. 본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가 살고 있는 파란 문이 달린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집이다. 한때 이 집은 <노팅 힐>의 각본가 리차드 커티스의 소유였다. 개봉 이듬해 파란 문이 검은 문으로 교체됐고, 집은 경매에 부쳐졌다.
한때 관광 명소였던 <노팅 힐>의 파란 대문 집(왼쪽).
2.
윌리엄의 서점은 원래 니콜라스 앤틱이라는 이름의 골동품 가게였다. 서점은 다시 골동품 가게로 바뀌었고, 영화 속 서점과 똑같은 서점이 인근 골목에 생겨났다. 현재는 이 서점마저 팔려 더 이상 영화 속 서점은 없다고.
3.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과 윌리엄 태커의 로맨스가 싹트는 계기가 된 오렌지 주스 사건. 윌리엄의 셔츠에 묻은 오렌지 주스 얼룩은 안나와 키스를 하는 동안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얼룩의 크기도 자주 바뀐다.
4.
로저 미첼과 리차드 커티스 모두에게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는 최초로 떠올린 유일한 캐스팅 대상이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처음에 영화배우를 연기한다는 진부함 때문에 이 역할을 거절하려 했으나,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
5.
리차드 커티스의 전작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감독 마이크 뉴웰이 <노팅 힐>을 연출할 뻔했다. 하지만 <에어 콘트롤> 작업에 한창이던 그는 참여하지 못했고, <노팅 힐>의 대성공 이후 그는 판단 착오를 시인한 동시에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6.
생일 저녁 식사 장면에서 안나는 “마지막 영화로 얼마를 벌었냐”는 질문을 받는다. 안나가 대답한 1500만 달러는 줄리아 로버츠가 <노팅 힐>에서 받은 개런티와 동일하다.
7.
윌리엄의 여동생으로 출연한 허니(엠마 챔버스)는 원래 안나와 삼각구도를 벌이도록 설정된 레코드 가게 직원 캐릭터였다. 그러니까 서점 건너편 레코드 가게 직원과의 로맨스가 탄생할 뻔했다.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윌리엄이 둘 중 안나를 선택하는 서사로 진행됐을 것. 각본가는 안나라는 캐릭터의 판타지성에 주력하기 위해 허니를 여동생 역할로 변경했다.
8.
윌리엄의 괴짜 룸메이트 스파이크를 연기한 배우 리스 이판의 근황이 궁금하다면? 우리는 이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통해 그를 만났다. 혈청의 부작용으로 도마뱀 인간이 된 커트 코너스 박사가 바로 리스 이판이다.
9.
<노팅 힐>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또렷이 남은 삽입곡 ‘쉬’(She)는 원곡이 따로 있다. 샹송계의 전설 샤를 아즈나부르의 알려진 곡이었으나 로저 미첼은 영어 영화인 <노팅 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영국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에게 커버를 부탁했다. 코스텔로 버전이 원곡을 뛰어넘는 인기를 기록하면서 엘비스 코스텔로에게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10.
영화 내내 안나는 모든 대화에서 윌리엄 태커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11.
극중 윌리엄이 기자인 척하며 둘러대는 <경마와 사냥>(Horse & Hound)은 실제로 존재하는 잡지사다. <노팅 힐>이 흥행하자 휴 그랜트는 해당 잡지사로부터 명예 편집장 제의를 받기도 했다.
12.
영화 후반부 윌리엄이 공원 벤치에서 읽는 책은 루이 디 베르니에르의 <캡틴 코렐리의 만돌린>이다. 리차드 커티스는 차기작으로 이 작품을 점찍어 두었고, 연출을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으며 이후 존 매든 감독의 영화 <코렐리의 만돌린>으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