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빅뱅 메이드> 형님(?) 격인 아이돌 영화 넷
씨네21 데일리팀 2016-06-27

국내 최고의 아이돌 중 하나인 빅뱅의 월드투어 여정을 담은 <빅뱅 메이드>가 6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5년 4월부터 시작해 340일간 이어진 투어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빅뱅 다섯 멤버의 일상적인 모습은 물론, 수많은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한 라이브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돌이 주연을 맡거나 그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는 이미 한국에서 여러 차례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오늘은 <빅뱅 메이드>보다 먼저 나온 ‘아이돌 영화’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열일곱의 사랑과 방황

(1998)

근 16년 만에 재결성해 현역 아이돌 못지않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젝스키스. 1998년 당시 데뷔 1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게 된 그들은 그 인기를 증명하듯 <세븐틴>에 출연했습니다. 보통 아이돌 영화에서 가수들이 기존에 보여준 이미지나 특기를 활용한 캐릭터를 맡았다면, <세븐틴>의 젝스키스는 평범한 고등학생을 연기했죠.

영화는 젝스키스 여섯 멤버에 김지혜, 이혜련 등 당시 하이틴스타들을 동원해 고등학생의 사랑과 방황을 그렸습니다. 10대를 타겟으로 한 영화인데도 이야기의 톤은 꽤 어둡습니다. 전반적으로 로맨스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주인공 대부분이 벼랑 끝에 놓인 처지인지라 사랑의 기쁨 같은 건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젝스키스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서울관객 5만2000여 명에 그쳤습니다.

오글오글 흑역사

H.O.T.와 <평화의 시대>(2000)

상단의 이미지는 H.O.T가 ‘I Yah!' 무대 장면이 아닙니다. 영화 <평화의 시대> 스틸컷입니다. 저 이미지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듯, <평화의 시대>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은하 백년 전쟁이 끝난 서기 2200년, 평화를 기원하는 축구 제전인 갤럭시 컵이 열리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지구 대표 H.O.T.와 제우스별 대표 제우스의 결승전이 벌어지는 날, H.O.T.의 에이스 강타의 연인 다나가 전쟁부활을 꾀하는 그라뷰로아에게 납치되고, 강타는 그녀를 구하러 간다.

SF영화 <평화의 시대>는 전체 3D로 제작됐습니다. 무려 75억이 투자됐죠. 주소비층이 어린 여자 팬들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빤한데도, 영화는 축구(!)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당시 아직 2년이나 남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특수를 노린 판단이었겠지만, 판단미스였습니다. 결과는 서울 관객 2만3000명으로, <세븐틴>보다 훨씬 처참했습니다. 참고로 영화의 감독 로렌스 리는 <남자사용설명서>(2012)와 <상의원>(2014)의 이원석 감독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찬양 사이

<I Am>(2012), <SM타운 더 스테이지>(2015)

2010년대에 들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까지 세를 넓혀간 SM엔터테인먼트는 다큐멘터리 <I Am>과 <SM타운 더 스테이지>를 제작합니다. 두 작품 모두 아이돌,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팬이라면 쌍수 들고 반길 만한 작품입니다. 가수들이 어릴 적 오디션 보는 장면이나 데뷔 무대 등 오랜 팬이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상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엑소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콘서트와 SM타운 글로벌 투어에서 펼친 퍼포먼스를 짱짱한 사운드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일상을 밀착해 보여줄 수 있다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을 떠올린다면 꽤 아쉽습니다. 무대 위 가수들의 화려한 모습을 줄지어 보여주지만,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없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와 단란하게 노는 모습은 있어도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죠. 소속사가 직접 제작을 지휘한 작품이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노골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자찬하는 대목은 보기에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화려하지 않은 걸그룹의 생존기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2012)

“대중 앞에서는 항상 웃는 아이돌의 어둡고 삭막한 이면을 보여주는 다큐.”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단평 중 하나입니다.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은 멤버들이 하나둘 모여 데뷔 하고, 활동하는 초기를 다룹니다. 제작 당시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였던 때라 제목에 ‘서바이벌’을 내걸었고, 걸그룹의 일원이 되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나인뮤지스가 큰 팬덤을 갖고 있는 걸그룹은 아닌지라 작품에 대한 반향은 크지 않았지만, 나인뮤지스 팬들만은 뜨거운 지지를 보냈습니다.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은 ‘화려함’에 눈을 돌리는 법이 없습니다. 메이크업과 의상으로 치장한 걸그룹보다는 화장기 없는 20대 여자들이 영화 전반을 차지하고 있죠. 이미 해체한 그룹이 아닌, 한창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을 담은 다큐멘터리라고 믿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종종 무대 위 나인뮤지스를 비추는 대목조차도 퍼포먼스를 즐기도록 돕기보다 그들의 고단함을 끈질기게 보여줍니다. 소속사인 스타제국이 왜 개봉시켰을지 궁금할 만큼, 영화는 아이돌 산업과 소속사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팬들의 강렬한 지지는 이에 대한 동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