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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상센터 착공하면, 내 할일은 다하지 않았나 싶다”
문석 이영진 사진 오계옥 2007-03-05

[온라인 인터뷰]대규모 조직개편 단행한 PIFF 김동호 집행위원장

이용관 위원장에게 허락받고 찍어야 하는데….” 사진기자가 축하 화환 옆에 서달라고 하자,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자신이 꽃 임자가 아니라고 웃는다. 10년 넘게 집행위원장을 맡아왔던 그는 얼마전 PIFF 정기총회에서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4일부터 12일까지 9일동안 열리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김동호-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준비가 이뤄진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는 한시적이다. 그는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이 착공되는 시기에 맞춰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에게 바통을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레라움 공사의 예산만 확보되면 1, 2년 안에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김 위원장을 만나 이번 PIFF 조직개편의 배경 등을 물었다.

-이번 조직개편은 언제부터 구상한 것인가. 좀 급작스럽다. =원래는 10회 영화제 때 그만두려고 했었다. 영상센터 재원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미뤄진 것뿐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영상센터 착공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내가 할 일은 다 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영화제 규모가 커져서 단계적인 승계 절차가 필요했다.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택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로테르담영화제도 사이먼 필드가 쭉 하다가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거쳐 지금은 산드라 덴 하머가 맡고 있고. 토론토영화제도 노아 코완과 피어스 핸들링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영화제의 전례를 모델로 삼았다고 보면 된다.

-승계와 관련해서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은 몇몇 인터뷰에서 부인했다. 과거와 바뀐 것이 없다면서. =난 못 봤다. 본인만의 생각이지, 뭐. (웃음) 당사자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했다. 그전에 영화계쪽이나 부산시쪽과도 이야기를 나눴고.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기씨에게 공동집행위원장을 먼저 제의했다고 들었다. =영화제 부위원장으로 모실 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연기를 그만두지 않는 한 맡을 수 없다면서 거절했다. 책임의식이 남다른 분이라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럼 누가 해야 할까 했을 때 이용관 부위원장밖에 없었다. 지난 2년 동안은 영화제 내부 일을 그가 다 챙겼다. 중요한 사안만 같이 결정했지 대부분은 일임했다.

-로테르담, 토론토는 4∼5년 정도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유지했다. 부산의 경우 예상하는 승계 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언젠가는 떠나야 할 자리다.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영상센터 착공이 물러서는 시점으로 적절하다고 봤다. 스탭들 중엔 영상센터 완공 때까지 나보고 위원장을 하라는 이들이 있긴 하다. 2010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완공은) 2011년이 될 수도 있고 2015년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나도 개인생활 하면서 좀 편하게 쉬어야지. (웃음)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물러서면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이나 개입이 발생하진 않을까. =부산시도 12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와 같이 보냈다. 공무원들 또한 영화제를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행사가 더 잘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용관 위원장도 10년 넘게 나와 같이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영화제 운영의 노하우나 네트워크에 대해선 잘 안다.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에게 좀더 전수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뭔가. =굳이 꼽자면 해외쪽과의 교류인데. 그건 전양준 부위원장이나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조금 보충해주면 된다. 사실 나보고 국내외 로비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요즘은 술을 안 먹으니까 많이 약해졌다. (웃음) 지난 10년 동안 새벽까지 술잔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지고, 또 제압을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젠 권하기만 하니까 잘 안 되더라. 이 공동위원장은 막강한 술실력을 갖고 있으니 잘할 거다. (웃음) 김동호와는 다른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부위원장을 3인으로 늘렸다. =안성기씨는 영화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상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전양준씨 또한 1년에 반은 해외에 나가야 한다. 영화제를 챙길 사람이 필요한데 안병율씨가 적격이다.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후원회 부회장도 맡았었다. 지역에서도 신망이 높고 또 영화제 일을 잘 알고 애정도 있다. 부산 MBC쪽에 양해를 구하고 모셔왔다.

-프로그래머를 7인씩 둔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 =대내외적인 지위를 높여준 것이라 보면 된다. 해외영화제의 경우, 나라별 프로그래머도 있잖나. 이상용씨를 제외하곤 다들 영화제에서 한 분야씩 맡아왔던 이들이다. 책임감도 부여하고 전문화를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게 낫다고 봤다.

-이번 총회에서 11회 영화제에 대한 평가제도 이뤄졌을 텐데.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건 아시안필름마켓이었다. 영화제 끝나고 개인적으로 바이어와 셀러들을 만났는데 전반적으로 첫 행사치곤 괜찮다는 것이었다. 로마영화제와 비슷한 시기에 열려서 실질적인 거래가 많이 이뤄지진 않았으나 언론매체의 반응과 기대는 생각보다 컸다. 올해 로테르담, 베를린 갔는데 <버라이어티>뿐만 아니라 <스크린 인터내셔널> <할리우드 리포터> 등에서도 데일리와 공동사업 제안을 해왔다.

-(가칭)아시아연기자대회를 새로 창설한다고 하는데. 어떤 행사이고, 어떻게 꾸릴 생각인가. =2, 3회 때부터 강수연, 안성기씨가 제안했다. 아시아 정상급 배우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거다. 영화제 기간 동안 실질적인 캐스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각국 매니지먼트 회사들과 협의 중이다. 스타서밋아시아와 연관되면 파급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74억원 규모다. =지난해 결산 결과 78억원 정도가 소요됐다. 파빌리온 짓고 또 예상보다 많은 90여명의 배우들이 부산을 찾아서 4억원 정도의 초과지출이 있었다. 올해는 마켓과 영화제를 이원화했던 지난해와 달리 집행위원장 아래 하나로 묶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복된 기구와 인원이 축소됐다. 쓸 돈은 많아진 셈이다. 다만 영화제 규모는 더이상 키우지 않고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할 생각이다.

-감독과의 대화를 늘리고 오픈시네마를 강화하는 건 어떤 차원인가. =도쿄필름엑스영화제나 로테르담은 대개 2회 상영하면 감독과의 대화도 2차례 한다. 우린 지금까지 1회 정도 했는데,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위해 늘릴 계획이다.

-영상센터 건립은 많이 늦어졌다. =예산은 많이 양해를 얻긴 했는데 좀 복잡하다. 기획예산처나 문화부 외에 행정자치부나 한국개발연구원(KDI)쪽에서 투자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게 연말 정도까지 갈 것 같다.

-애초엔 영상센터가 아니라 전용관을 마련하는 정도의 계획이 아니었나. =아니다. 처음에도 800억원 정도의 건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스페인의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명건축물로 만들고 싶어 설계 공모 단계부터 밀어붙였다.

-집행위원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어떻게든 PIFF와 인연을 계속 맺지 않을까. =가능한 한 깨끗하게 그만둬야지. 괜히 전임자가 나타나거나 후임자 일에 자꾸 관여하는건 부담을 준다. 현재로선 거취가 정리되면 한 1∼2년 정도 외국 가서 공부하고 싶다. 내 취약점이 고전영화를 많이 못 봤다는 것이다. LA 쪽에 머물게 되면 AFI(미국영화연구소) 쪽에 이야기해서 영화들을 챙겨볼 생각이다.

-잠깐 숨을 돌렸지만 곧 해외영화제 순방이 이어질 텐데. =3월20일에 멕시코에서 열리는 과달라하라영화제부터 시작이다. 우디네, 트라이베카, 칸까지 거치고 나면 5월까지는 금방 지나갈 것이다. 칸은 전 기간 머물러야 할 것 같다.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감독의 신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례로 지난해 부산영화제 기간 중에 <밀양> 촬영현장은 칸 프로그래머들의 관광코스 중 하나였잖나. (웃음) 올해 칸은 한국영화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 같다. 영화제 도는 중간에 세계영화제작자연맹 회장과 베니스집행위원장과 3자 회동도 있다. 로마영화제가 부산보다 일주일 늦게 열기로 하면서 이번엔 런던, 도쿄영화제랑 일정이 겹쳤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영화제 날짜를 조정하는 대사 역할까지 맡았다.

-1월에 예레반국제영화제와 자매결연 협약을 맺었다. =예레반은 아르메니아에 있는 영화제다. 그루지아, 아제르바이잔 쪽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거기서 부산의 아시안필름아카데미 같은 형태의 영화교육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에 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로테르담 집행위원장을 만나서 양 영화제가 예레반을 지원하자고 약속했다. 부산의 경우 아시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면 PPP에 적극 초정할 계획이다. 로테르담의 시네마트도 마찬가지고. 프로그래머 교류 등도 준비중이다.

-문소리-장준환 결혼식에 참석한 유일한 영화인이다. =도쿄필름엑스 영화제 가기 직전에 주례 부탁을 받았는데 좀 특별한 뭔가를 준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김지운, 강이관 감독이나 심재명 씨 처럼 두 사람과 가까운 이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미리 받았다. 허문영, 홍효숙 두 프로그래머가 나 없는 동안 미리 받아서 정리해줬지.(웃음) 그걸 결혼식에서 읽어줬는데 좋아하더라. 나중에 따로 스크랩 해서 두 사람에게 전달했다.

-금주 계획은 잘 지켜지고 있나. =1년 2개월 동안 전혀 입을 대지 않았다. 우린 한번 안 한다면 안 하는 주의다.(웃음) 얼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영화 회고전에 참가했는데. 홍상수, 이윤기, 강이관 감독 뿐만 아니라 어어부 밴드까지 합세해 술자리가 열렸다. 당연히 홍상수 감독의 주도에 따라 가위바위 보 게임을 했지. 나중에 술집이 모두 문을 닫아서 숙소에서 3차 자리를 열기까지 했다. 그런데 관리인이 와서 술 계속 마시고 떠들면 경찰 부른다고 해서 새벽 4시에 강제해산됐다. 어떻게 참느냐고? 나야 술 권하면서 즐기는 거지. 남들 취하는 모습 보면서 과거의 자화상을 떠올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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