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보이> 전국 상영시작, 내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 회고전 등
독일 영화제작/배급사인 ems가 오는 9월 2일 독일 전역 1백50여 개 극장에서 <올드보이>의 일제 상영에 들어감으로써 내년 가을까지 독일에서 벌어질 한국 문화 잔치가 시작된다. ems가 독일에선 처음으로 한국 영화 9편을 수입, 1년간 월 1편 꼴로 연속 상영한다는 계획만 해도 획기적인 것이다. 또 내년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선 한국 영화를 알리는 또다른 주요 행사가 열린다. 영화제 조직위는 영화제 기간에 임권택 감독의 회고전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베를린 영화제가 회고전을 연 영화의 경우 대부분 작고한 감독의 작품들이었으나 아직 현역으로 활동중인 임 감독 회고전을 여는 것은 파격적 대우다.
디터 코슬릭 조직위원장은 임 감독의 작품 100여편 가운데 <족보> <만다라> <춘향뎐>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취화선> <하류인생> 등 20편을 선정해 상용키로 이미 합의했으며, 세부적인 일들만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탄 데 이어 벌이는 이런 행사로 한국 영화에 대한 독일의 평가와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뿐 아니다. 출판협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 문화계와 정부, 지자체, 기업 등은 이미 내년에 독일에서 한국과 관련한 각종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산업 전시회 등에 참여할 준비를 해오고 있다. 2005년 10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도서전이자 문화.지식 교류장터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베를린시가 주최하는 9월의 아시아 태평양 주간 행사에 각각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을 계기로 주독 대사관이 내년을 우리의 문화와 경제를 알리는 `한국의 해'로 삼자고 건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이에 따라 올 가을부터 내년 한해 내내 문학과, 음악, 미술 등 각종 예술분야 단체와 개인들의 강연과 공연, 전시가 독일 전역에서 열린다. 인쇄와 도자기 등 전통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잇따라 개최되고 해군 순양함이 함부르크항에 들어와 군악대 퍼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또 양국 학술.연구 단체들이 한반도 및 동서독 통일이나 경제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하고 자매도시를 체결한 서울시와-베를린시 등 지자체들 간의 교류 행사도 계획돼 있다. 여기에다 아직 북한 측의 답변과 구체적 논의 과정이 남아 있으나 독일 의회는 내년 봄 베를린에서 남북한 의회 관계자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남북한과 독일 의원 토론회도 제안해놓고 있다.
올 가을 부터 1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열리는 한국 관련 또는 한국 알리기 행사가 독일에서 단순한 `한류 바람'이 아닌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넓히게 되면 양국 간 문화와 정치.경제 등 각 분야 교류.협력이 한 차원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