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찾는 사운드 엔지니어와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가 자연의 소리를 채록하는 일 때문에 만나 좋아하고 헤어지고 서로를 잊어가는 이야기다.”
에서 죽음과 사랑에 관해 고요히 사색했던 허진호 감독은 신작 <봄날은 간다>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이영애, 유지태씨를 주연으로 세워 지난 2월 촬영에 들어가 벌써 70% 가량을 찍었다. 5일 처음 공개된 5분 가량의 프로모션 테이프에는 멜로 장르의 새 장을 열었던 감독 특유의 잔잔한 서정이 전면에 깔리고 있었다. 에서 조용한 죽음으로 인연을 끊어야했던 사랑이 이번에는 그냥 무심해지는 마음으로 식어간다. 전작에서 사진이 주요하게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소리다.
“를 믹싱할 때 아주 작은 소리가 잘못 들어가도 그 장면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때 바람소리, 비소리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은 소리를 영화 속에서 어떻게 부각시킬까 하는 고민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떠올랐다.”이날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 쇼치쿠와 홍콩의 어플로즈 픽처스가 <봄날은 간다>의 제작사인 싸이더스(대표 김형순)와 투자협정을 맺었다. 투자지분의 40%를 차지한 쇼치쿠는 일본과 해외 배급을, 15%의 어플로즈는 중국·홍콩·대만의 배급을 맡기로 했다. 김형순 싸이더스 대표는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쪽과 투자와 배급을 나눠 맡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갈수록 제작비가 커지는 현실에서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외국과의 공동투자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국내외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잔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플로즈의 공동대표이자 <첨밀밀>로 유명한 천커신(진가신) 감독의 말처럼 일본과 홍콩 양국은 이번 제작참여가 전적으로 허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동투자로 위험을 줄이고 새로운 문화적 주체를 만드는 아시아영화의 르네상스가 우리의 목표다. 한국, 타이, 홍콩이 그 선두주자다. 이번에 투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허 감독 때문이다. 는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본 영화였고, 그 뒤 허 감독과 친구처럼 지내면서 신작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글 이성욱 기자lewook@hani.co.kr 사진 서정민 기자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