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배우가 <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의 마무리투수로 나섰다. 8월1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상영 후 이제훈 배우가 게스트로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지난 8월간 천우희, 박정민 배우와 함께 꾸린 이 특별전은 세 배우가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한국영 화를 선정해 상영하고, 상영 후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 시절부터 매주 <씨네21>을 구매해 정독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이제훈 배우는 “이후에 <씨네21>에 내 인터뷰가 실리고 표지를 장식하기도 하면서 너무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라며 “창간 30주년이라는 특별한 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는 참석의 소회를 밝혔다.
이제훈 배우는 “배우로서의 삶을 사는 이 과정엔 1990년대~2000년대 한국영화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그러한 영화 중 하나인 <지구를 지켜라!>를 상영작으로 고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주인공 병구(신하균)가 사회적 폭력에 의해 고립되고, 그 탓에 강 사장(백윤식)을 납치하는 등 계속하여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며 자기를 파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며, 블랙코미디처럼 흐르는 영화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보여줬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는 경험을 전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영화를 다시 보니 병구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안쓰럽고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됐고, 오로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그를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는 감상을 나눴다.
<지구를 지켜라!>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이제훈 배우의 연기론으로도 이어졌다. 진행자는 <파수꾼> 개봉 당시 <씨네21>과 나눴던 인터뷰에서 “어떤 계산을 하고 나를 끼워넣는 방식, 정제되지 않은 연기 등을 융합하면서 변주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그의 답변이 여전히 유효한지 물었다. 이에 이제훈 배우는 “제가 그런 말을 했었나요? (웃음)”라고 너스레를 떠는 한편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열정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연기의 스타일이 어떤 방향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속하여 다채로운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라는 현답을 남겼다. 그러면서 “20여년 전 신하균 선배님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라며 “만약 내가 병구를 연기했다면 신하균 선배님이 보여준 병구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 행동에 섞여 나오는 무해함을 온전히 표현하진 못했을 것”이란 존중을 전했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 병구가 지하 주차장에서 우비와 특수 헬멧을 쓰고 강 사장을 납치하는 장면에서 드러난 병구의 너무나 천진난만한 표정과 목소리가 “시작부터 이 영화가 범상치 않다는 힘을 줬다”라고 <지구를 지켜라!> 속 배우들의 열연을 상찬했다.
현장에서 관객의 가장 큰 호응을 불렀던 이제훈 배우의 언어는 한 관객의 질문으로부터 등장했다. “만약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낼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그가 “거기에도 영화라는 게 있나요?”라는 답을 낸 것이다. “외계에서도 영화를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면 그 영화들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라는 맥락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이를 두고 현장의 관객들은 여러 SNS를 통해서 이제훈 배우가 ‘정말 영화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애정 어린 후문을 남기기도 했다. “만약 이후 <씨네21> 창간 40주년 행사 등 다른 상영회에서 필모그래피 중 대표작 한편을 상영할 수 있다면 어떤 영화를 고를지”란 관객의 질문엔 “대답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파수꾼>부터 <파파로티> <점쟁이들> 등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행복하기 그지없을 것”이란 말로 화답했다. 이에 대한 현장의 중론은 ‘아예 이제훈의 영화관을 기획해 그의 전작을 상영하자’라는 목소리로 모이기도 했다. 끝으로 “앞으로도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계속되고 모두가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문화가 평생토록 이어지면 좋겠다”라는 이제훈 배우의 요청과 고백으로 <씨네21>의 창간 30주년 특별전 ‘지극히 사적인 영화관’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