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뉴욕 극장가를 찾아온 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한달 넘게 미 전역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바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다. 지난 10월27일 뉴욕과 LA에서 한정 개봉한 이 작품은 11월10일부터 미 전역에 추가 개봉한 후 추수감사절 연휴가 지난 현재까지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미국 비평 전문 웹사이트 메타스코어에서 8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은 <바튼 아카데미>는, 로튼 토마토에서 96%의 신선도를 기록하는 등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IMDb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8.4점의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후보작으로도 거론 중인 이 작품은 1970년 뉴잉글랜드 지역의 가상의 사립 기숙학교 바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짧은 겨울방학 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집에 돌아갈 수 없는 학생들과 이들을 감독하는 운 없는 선생님(폴 지어마티), 그리고 이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요리사(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이야기다.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바튼 아카데미>는 따뜻한 분위기를 통해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온 듯한 기분 좋은 익숙함이 담겨 있다. “인스턴트 클래식”, “크리스마스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평단의 말이 힘을 얻는 것은 관객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향수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튼 아카데미>가 한달 이상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이 왜 큰 의미일까. 코로나19 이후 미 전역에 블록버스터 개봉작 수가 줄어들자 체인 극장들은 뉴욕과 LA 지역 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저예산 독립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빈자리 채우기 개봉은 보통 1~2주 상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소 짧은 기간 동안 극장에 걸리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례적으로 <바튼 아카데미>는 상영 기간을 조용히 연장하며 한달 가까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파업이 4개월 만에 종료하면서 <바튼 아카데미> 개봉 당시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던 출연진도 뒤늦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폴 지어마티는 <바튼 아카데미>는 물론, 작가이자 철학가인 스티븐 아스마와 공동 진행하는 팟캐스트 <친웨그>도 함께 홍보하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바튼 아카데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페인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는 1935년 프랑스 작품 <멜루세>를 비롯해 그가 영화 제작팀에 감상을 권했다는 <졸업>(1967), <해롤드와 모드>(1971), <마지막 지령>(1973), <클루트>(1971), <페이퍼 문>(1973), <대통령의 음모>(1976) 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