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국가 아발로니아에서 농장을 꾸리며 살아가는 서처 클레이드(제이크 질런홀)는 대대손손 탐험가로 명성을 떨친 클레이드 가문의 일원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 예거 클레이드(데니스 퀘이드)를 따라나섰던 원정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뒤 서처는 가문의 영광을 잇는 대신 아발로니아의 에너지 공급원인 신비로운 식물 ‘판도’를 기르는 농장을 운영하는 삶을 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통령인 칼리스토 말(루시 류)이 찾아와 판도에게 닥친 이상으로 국가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며 과거에 서처가 판도를 찾았던 곳으로 함께 갈 것을 제안한다. 서처는 한사코 거절하지만 결국 판도를 찾기 위한 비행선에 오르는데 그가 모르는 사이 비행선에는 10대 아들 에단(자부키 영-화이트)과 다리가 세개인 가족의 반려견 레전드가 함께 타고 있다. 그리고 우주선이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추락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처의 아내 메리디안(개브리엘 유니언)이 소형 비행선을 타고 나타나 모두를 구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숨가쁜 모험인데 실은 이제부터가 진짜 모험의 시작이고 이들이 찾아간 곳이 바로 ‘스트레인지 월드’다.
“오직 상상에서만 가능한 세계, 자연의 법칙과 설명을 모두 거스르는 세계.” <스트레인지 월드>에 대한 제작진의 설명은 이렇다.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세계를 바탕으로 한 것일 텐데 상상할 수 없는 낯선 세계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었을까? “하늘이 파랗다는 생각을 버린 뒤에야 아름답고 낯선 세계를 그리는 도전이 시작됐다”고 머다드 이스반디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말한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크게 3개의 무대로 구성된다. 아발로니아는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화이트와 오렌지가 주로 사용됐고, 판도 농장은 초록과 파랑이 주로 사용됐다. 그리고 다종다양한 괴생명체가 서식하는 스트레인지 월드는 어두운 배경색을 바탕으로 아발로니아와 농장에서 사용된 적 없는 높은 채도의 색상들로 이뤄져 세 무대를 뚜렷하게 구분했다.
돈 홀 감독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작가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퀴 응우옌 작가 겸 공동 감독은 오히려 아발로니아와 스트레인지 월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평행이론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내가 물려받은 세상과 내 아들들이 물려받을 세상이 과연 같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판도가 시들해지면서 아발로니아에 닥친 어려움은,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당장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불편을 대입해볼 수 있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낯선 세계로의 모험은 인류가 과거부터 상상해왔던 미래의 모습을 더듬어보는 향수를 선사한다.
아발로니아에 닥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떠난 모험이 영화의 스펙터클과 비주얼을 담당하지만 무엇보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가족 관계에 주목한다. 실종됐던 아버지 예거와 예기치 않게 만난 서처, 그리고 청소년기의 에단까지 클레이드 3대가 조우하는 감격은 찰나이고, 서먹하고 어색한 마음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로는 남보다 더욱 낯설기에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일이 이들에게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인 관객 모두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모험이 될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 <스트레인지 월드> 돈 홀 감독, 퀴 응우옌 작가 겸 공동 감독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