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인가.
=14년 전에 연출작 <로봇 이야기>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됐을 때 <씨네21>과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코믹스 관련 일로 참여하게 되어 더 기쁘다.
-지난 14년 동안 영화감독에서 코믹스 작가로 전업해 <헐크: 플래닛 헐크>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새로운 작가를 찾던 마블의 에이전트가 영화 <로봇 이야기>를 보고 코믹스 작가를 제안했다. 당시 영화는 장편으로서는 부적합한 옴니버스 형태의 이야기였는데 코믹북의 형태로는 적절했다. 마블로선 SF 장르 안에서 사랑과 죽음 등 인간의 따뜻한 심리를 건드리는 분위기를 좋게 평가한 것 같았다.
-한국 팬들에게는 <헐크: 플래닛 헐크>의 작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헐크를 우주로 내보내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됐나.
=나는 헐크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여러 차례 헐크를 그리고 싶다고 사방에 이야기하고 다녔더니, 마블쪽에서 어느 날 헐크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며 헐크가 우주 행성에 불시착하는 스토리를 제안했다.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웃음) 기본적인 설정 뼈대만 빼고는 캐릭터와 사건 모두를 내가 자유롭게 창작했다.
-그럼 ‘아마데우스 조’ 역시 마블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했나.
=역시 마블쪽에서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여러 캐릭터를 제시하며 이중에서 하나를 골라 새로운 캐릭터의 기본 설정으로 사용하라고 일러줬다. 나는 마스터마인드 엑셀로라는 예전 캐릭터를 바탕으로 아마데우스 조라는 지능적인 천재 슈퍼히어로를 만들었다.
-21세기의 히어로를 창조하고 있다.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뭔가.
=한 가지 대답으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다. 만들어내는 캐릭터마다 성격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들을 통해 복잡한 세상에서 옳은 일을 하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걸 즐긴다. 슈퍼히어로든, 일반인이든 이 세상에서 과연 어떤 일이 정말 옳은 일인가를 판단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한편 꼽는다면.
=<7인의 사무라이>(1954)를 가장 좋아한다. 왜 좋아하느냐고?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옳은 일을 하는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해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글로 정리하고 싶다. (웃음) 특히 시무라 다카시는 환상적인 배우다. 그가 출연한 모든 영화를 사랑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려나가고 싶나.
=지금 이 시대는 증오와 혐오, 차별과 폭력의 시대다. 나는 어떤 캐릭터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릴 것이다.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속단하는 편견을 없애는 것, 내가 작가가 되기로 한 이유다. 수많은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는 삶에서 내게 스토리텔링은 생존 수단이었다.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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