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은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중국과 한국의 영화현장 분위기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특수분장 업계는 한국 시스템이 훨씬 체계적이라 여기 와서 배운 게 많다. 밥도 중국 음식보다 한국 음식이 먹기 편하고 입에도 잘 맞는다. 내가 살던 연변에서는 서울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 표현대로라면 그냥 지방에서 서울 올라와 일하는 기분이다. (웃음)” 한국에 와 머물 집을 찾을때 셀의 “식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교통과 은행 업무도 소상히 알려준 덕에 적응도 빨랐다고. 다만 한국인들이 영어를 많이 쓴다는 점은 지금까지도 무척 낯설다고 했다. “중국에선 현장에서 쓰는 용어가 전부 중국어다. 그래서 외국어를 쓸 일이 없다. 그런데 한국 현장에선 영어 용어를 많이 쓰더라. 급박한 현장에서 갑자기 영어가 들리면 잠시 못 알아듣기도 했다. ‘드릴’도 못 알아들었으니까.” 대신 <암살>이나 <밀정>처럼 중국 현지에 가서 일하게 될 때 박영무 특수분장사만큼 날고 기는 스탭도 없다. 현지 촬영 시 기술팀 통역도 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닌” 특수분장 업무의 특성상 셀 대부분의 크레딧에 박영무 특수분장사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다. 그가 주로 맡는 일은 총, 칼, 더미 등의 특수소품을 만드는 일이다. “특수분장, 특수효과의 모든 일이 골고루 즐거워서 하고 싶은 걸 하나만 꼽긴 힘들다. 아직 소품 만드는 일을 많이 하지만 분장도 틈틈이 연습 중이라 앞으로는 분장쪽 일도 더 해보고 싶다.” 쉬는 날에도 집에서 영화를 보며 남들이 한 특수분장을 눈여겨 살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좋아하는 건 할리우드의 고전 SF영화였는데 요즘은 현실적인 영화를 더 많이 본다. 노인 분장처럼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는 현실적인 특수분장이 훨씬 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이다. 스탠 윈스턴의 동영상도 자주 본다.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기초가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책? 책만큼은 특수분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국어로 쓰인 <탈무드> 같은 책을 주로 읽는다. (웃음)” 해외 체류 중이어서 불가피하게 현실적인 고민이 찾아오기도 한다. 비자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비자가 해외 취업용 H2비자인데 지속적으로 갱신만 한다면 영구 체류도 가능한 F4비자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다. F4비자를 받으려면 제조업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한다더라. 버섯을 재배하는 법이나 세탁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분장 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웃음)” 최근 한국 현장으로 건너와 일하고 싶어 하는 중국 영화인들이 많다는데, 한국 현장에서 일할 때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도 그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 영화현장의 특수분장사로 남고 싶다”는 박영무특수분장사의 최종 꿈은 특수분장 디자인이다. “내가 어릴 때 스탠 윈스턴을 보며 특수분장사를 꿈꿨듯 나도 누군가에게 따라하고 싶은 손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특수분장은 분업화가 잘돼 있는 분야라 요즘은 스탠 윈스턴처럼 특수분장 디자인, 연출, 실무를 다 하는 독보적인 장인이 되기 힘든데 디자인, 연출까지 내가 다 할 수 있는 영화를 한번쯤 도맡아보고 싶다.”
소리의 보호자
“소리는 현장에서 가장 소중히 다뤄진 배우였다. 소리와 특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 곽태용 대표님은 소리 아빠, 김호식팀장님은 소리 삼촌, 소리에게 옷을 입혀준 김정원 의상감독님은 소리 이모라 불렸다. 나? 나는 소리의 둘째 삼촌이었다. (웃음)” 박영무 특수분장사가 “셀의 대부분의 작품에 팀원으로 참여해 안전소품에 조금, 특수분장에 조금씩 손을 보탰던 것과 달리 <로봇, 소리>만큼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 내내 붙어” 핸들링한 작품이다. 그만큼 책임감과 자부심이 남다른 영화였다. 제작은 곽태용 대표, 조종은 김호식 팀장의 일이었지만 박영무 특수분장사야말로 소리의 ‘보호자’나 다름없었다.
영화 <불한당>(2017) <대립군>(2017) <군함도>(2017) <7년의 밤>(2017) <조작된 도시>(2017) <아수라>(2016) <밀정>(2016) <부산행>(2016) <터널>(2016) <로봇, 소리>(2016) <베테랑>(2015) <대호>(2015) <내부자들>(2015) <검은 사제들>(2015) <암살>(2015)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 <간신>(2014) <허삼관>(2014) <강남 1970>(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