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당신의 아픔을 달래는 영화가 되길
<터치> 감독 민병훈
<포도나무를 베어라>로 지난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민병훈 감독이 6년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신작 <터치>를 완성하기까지 6년의 시간의 걸렸다는 얘기다.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에 이은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의 완결이었다면, <터치>는 생명에 관한 3부작의 시작이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풍조가 너무나 창피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시대 아닌가. 영화감독으로서 생명에 관해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알콜중독자 남편과 간병인으로 생계를 꾸리던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만한 사건을 겪고, 거기에 더해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 앞에서 그를 살릴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실제 자신의 어머니가 겪었던 일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민병훈 감독은 “아픈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는 것. 어쩌면 <터치>가 강조하는 건, 그처럼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터치>는 인물들의 동선을 관조했던 전작들과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드라마를 몰아붙이는 영화다. 처음으로 2800개에 달하는 컷수를 기록했지만, 관객의 쾌감을 위한 속도는 아니다.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게 만들고 싶었다. 전작들이 내가 원하는 걸 고집 부렸던 영화였다면, <터치>는 어떻게 하면 이야기와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영화다.” 민병훈 감독은 이제 2부인 <사랑이 이긴다>와 3부 <설계자>를 준비 중이다. <터치>와는 또 다른 형식의 영화가 될 거다. 그가 무엇보다 바라는 건, “관객들이 잠시나마 속에있는 아픔을 해소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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