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인 <비주얼 어쿠스틱스>(2008)는 미국의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만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더스틴 호프먼이 내레이션을 한 이 작품에는 <인사이더>와 <퍼블릭 에너미> 촬영으로 유명한 단테 스피노티와 디자이너 톰 포드 등 여러 유명 인사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슐만이 찍은 모더니스트 건축물의 사진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특히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22’를 담은 부분이 좋다. 합리성과 기능성을 위주로 한 국제주의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슐만의 작업을 통해 극대화된다. 그는 대지의 모양과 조화되는 건축물의 외형을 능숙하게 포착해내는 포토그래퍼였다. 건축은 사진을 통해, 사진은 다시 영화를 통해 다른 장르의 예술로 탈바꿈한다.
건축가 렘 콜하스의 보르도 주택을 배경으로 한 <콜하스 하우스라이프>(2008) 역시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시종 건물의 청소를 맡은 가정부의 뒤를 쫓는데, 일상생활이 아닌 관리의 측면에서 본 이 건축물은 구석구석이 혼돈과 결점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작은 타이틀로 나뉜 경쾌한 시퀀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메종 보르도에 매료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둥그런 창문은 매시브한 구조물이 가진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이는 어느 미술관에 전시된 어떤 작품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건축영화가 굳이 다큐멘터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건축가의 배>(1987) 외에도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시네마 드라마 부문 촬영상을 수상한 <성가신 이웃>(2009)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미니멀한 프레임을 통해 세련되게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근대 모더니즘 건축사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아르헨티나의 ‘쿠르체트 하우스’가 배경이다. 성공한 산업 디자이너인 레오너드는 옆집에 사는 빅터가 이 건물을 향해 창문을 내면서부터 일조권과 프라이버시를 두고 이웃간의 다툼을 시작한다. 흥미로운 플롯과 다양한 각도로 찍힌 쿠르체트 하우스의 내부, 잘 짜인 인물간 동선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이외에도 <한국 건축 문화의 60년>이란 제목으로 기획된 특별 상영을 비롯해 영화제는 총 9작품으로 구성된다. 건축물이 주제가 되거나 주요 피사체인 영화가 대부분이다. 자세한 시간표는 영화제 홈페이지(cafe.naver.com/siaff)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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