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조영정 아시아 프로그래머 추천작
<대지진> Aftershock 펑샤오강/ 중국/ 2010년 / 128분/ 아시아 영화의 창
당산 대지진은 1976년에 발발한 대자연의 재앙이다. 영화는 대지진을 배경으로 가족의 상처와 회복을 기록한다. 펑샤오강은 바늘 자국 없는 편집과 호흡의 강약 조절로 지루하지 않는 드라마를 완성한다. 당산 대지진은 가족을 조각낸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것은 남편을 잃고 가족 관계의 균열을 은유한다. 자연 재해에 인간의 안전과 행복이 파괴되고 위협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행복과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올해 중국 최고의 화제작. 흥행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의 대상이다.<아들의 연인> Memories in March 산조이 낙 / 인도 / 2010년/ 104분 / 뉴커런츠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통한 사건을 접한 뒤, 아들의 동료와 아들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어느 중년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여인은 그 동안 미처 몰랐던 아들의 삶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들과 그의 상사였던 아르놉다와의 관계를 알게 된다. 올해 인도가 배출한 최고의 신인감독 산조이 낙의 작품. 아들의 동성애 연인을 이해하게 되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꼬마 코미디언> The Little Comedian 위타야 통유용, 메즈 다라톤 / 태국 / 2010년 / 130분 / 아시아 영화의 창
톡은 전설적인 태국의 코미디언의 이름을 물려받고 삼대째 코미디 공연을 해온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웃기지 못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나 결국 잘 웃기는 여동생에게 가족공연의 자리마저 내주었다. 그런 그의 유머에 유일하게 웃음을 터트린 미모의 피부과 의사가 나타나고, 그녀를 사로잡기 위해 톡은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가족과의 갈등, 첫사랑의 아픔까지 골고루 버무려져 있다. 톡의 인생에 웬만한 어른 못지않은 우여곡절이 넘친다.전찬일 월드 프로그래머, 이수원 월드 프로그래머 추천작
<그을린> Incendies 드니 빌뇌브 / 캐나다 / 2010년 / 130분 / 월드시네마
엄마의 유언에 따라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중동으로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 스토리. 공증인이 남매에게 읽어주는 두 장의 유서에는 남매가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형제를 찾으라는 충격적 내용이 남겨 있다. 2010년의 발견! 시대를 넘어 미래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문제적 걸작이다. 충격적 스토리를 통해 우리 네 삶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 지를 역설한다. <매트릭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화법, 다른 문제의식으로. 2010 PIFF에서 입증될 캐나다 영화의 약진을 웅변하는 결정적 증거로서 손색없다.<그리고 세 번째 날에> And on the Third Day 모쉐 이브기/ 이스라엘 / 2010년 / 114분 / 월드시네마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국민배우가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지며 그린, 사랑하는 조국에 대한 입체적 초상화. 특정 중심인물을 꼭 집어 가리킬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얽히고설키는 충격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신예의 화풍치곤 여간 신랄하지 않다. 내러티브는 말할 것 없고 표현 수위에서도. 에피소드들의 속내가 그만큼 자극적이다. 올 부산국제영화제가 선사하는 필견의 문제작 중 하나다. 오늘 날의 이스라엘에 대한 어떤 초상화. 가히 ‘소돔과 고모라’의 현대적 버전이라 할 만한데, 그 와중에 제시되는 희망의 메시지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전한다.<어느 감독의 수난> The Passion 카를로 마자쿠라티 / 이탈리아 / 2010년 /106분
영감이 바닥나 5년 째 영화가 없는 지아니가 어느 날 TV 연예인 스타의 영화 데뷔작을 연출할 감독으로 지목되며 겪는 좌충우돌. 인간미 넘치는 이탈리아산 감동 코미디. 중견 감독 카를로 마자쿠라티가 메가폰을 잡고 <악어>, <애프터 러브> 등 을 통해 국내에도 친숙한 유명 배우 실비오 올란도가 주연을 맡아 수난길에 오른 감독을 탁월하게 연기했다. 영화와 창작에 대한 성찰 및 모두 함께 하는 삶이라는 화두를 통해 인간사의 우여곡절을 아우르는 솜씨가 가히 탄복할 만하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빛나는 수작으로, 영화 말미에 천사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되는 공연 장면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동으로 눈부시다.<현모양처> Potiche 프랑수아 오종 / 프랑스 / 2010년 / 100분
1970년대 말 프랑스. 쉬잔은 우산 공장 사장 로베르 푸졸의 정숙한 아내이자 두 남매의 어머니로 완벽한 가정주부다. 폭군 같은 로베르에 반대하는 파업이 일어나고 그가 인질로 잡히면서 그녀가 중재에 나선다. 심지어 시장이자 옛 애인인 모리스를 몰래 찾아가 도움을 구하기까지 한다. 프랑스의 인기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최신 코미디. 카트린 드뇌브, 제라르 드파르디외, 파브리스 루키니 같은 프랑스 스타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빛나며 상황뒤집기와 신랄함, 유머가 버무려져 오종 특유의 얽히고설킨 가족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재치 있는 대사와 중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일품인,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작품이다.이상용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추천작
<댄스타운> Dance Town 전규환 / 한국 / 2010년 / 95분 / 비젼
남편과 헤어져 탈북한 여성이 겪게 되는 여인잔혹사. 북에 남편을 두고 내려온 리정림은 남한사회에 적응기. 전규환 감독은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에 이어 새로운 타운 시리즈인 <댄스 타운>을 내놓았다. 이 시리즈는 전체가 소외된 자들의 초상이라고도 할만하다. 삶의 냉혹한 상황 속에 몰락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의 공포와 폭력성을 드러낸다. 또한 폭력적인 현실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상황들을 성찰적으로 따라가면서, 인간 이하의 감정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준다.<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Rolling Home with a Bull 임순례 / 한국 / 2010년 / 108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김도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시골에 사는 노총각 시인은 아버지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우시장에 소를 팔러 나간다. 그런데, 차마 소를 팔지 못하고 소와 함께 전국 우시장을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불교의 상징이기도 한 소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구도의 삶을 함축한다. 주인공과 함께 하는 소는 삶의 여러 모양으로 다가온다. 친구이자 아내이며, 업보이자 미륵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삶에는 곡절도 있다. 성난 아버지의 신고로 인해 시인은 소도둑으로 붙잡혀 유치장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길은 인생의 구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넉넉하게 담아내는 임순례 감독의 여유로운 스타일은 삶은 한층 더 푸근하게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