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영화 제작자 에드 프레스맨 회고전 열려
시내 곳곳의 시네마테크에서 국가별, 사조별, 작가별로 다양한 주제의 회고전이 연중으로 기획되는 뉴욕이지만 이곳에서도 아주 특별하다고 할 만한 회고전이 준비되고 있어 화제다.
브루클린의 유서깊은 문화공간인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에서 오는 2월9일부터 치러질 인디펜던트영화 제작자 에드 프레스맨의 회고전이 바로 그것. 흔히 제작자라고 하면 ‘예술이냐 상업이냐’라는 대립 구도하에서 장사를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 인식되어왔고, 한 제작자의 작품들에서 어떤 일관된 영화적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 역시 몹시 드문 일인지라, 이번처럼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영화 제작자의 회고전을 치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에드 프레스맨은 현재 활동중인 인디영화 제작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메리칸 필름 매거진>에서 미국의 비평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80년대 최고의 제작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사회적, 영화적 격동기라 할 수 있는 68년, 폴 윌리엄스의 을 제작한 이래 50편이 넘는 인디영화를 제작해 왔다. 테렌스 맬릭의 를 비롯해서 브라이언 드 팔마, 올리버 스톤, 샘 레이미, 캐서린 비글로 등 이제는 인디의 전통을 대변하는 이름이 되어버린 감독들을 발굴, 이들의 인디 시절 초기작들을 도맡아 프로듀싱했다는 점에서 에드 프레스맨 없이 현재의 아메리칸 인디펜던트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회고전 헌정의 이유이다. “그가 제작한 그 기괴한 영화들, 그 모두가 결국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는 늘 앞서 있었고 우리에게 하나의 표상이었다”는 것이 유혈 잔혹극의 대가 아벨 페라라의 그에 대한 평가. 그의 최근 작품들 중에는 <크로우> 시리즈와 <아메리칸 사이코> 등이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작업을 함께해온 감독들은 첫눈에 보기에도 몹시 비타협적이고 예측불허라 할 만한데, 그는 “모두 활달한 사람들”이라고 웃어 넘긴다.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자질에 대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관찰하고 그들이 어떻게 함께 어울릴수록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왔다”는 말로 평가를 대신했다.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여전히 10여편의 준비작들을 소개하고 있을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디지털영화의 미래와 잔혹 취향의 한계를 계속 실험해볼 예정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복합화한 거대기업들의 불순한 상업적 기도로부터 영화를 지켜낼 수 있는 새로운 산업적 조류를 모색하는 것”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작업 방향이다. 그는 미국에서 작업을 준비중인 이명세 감독과도 접촉, 최근 준비중인 작품의 연출 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권재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