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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받다
문석 사진 이혜정 2007-11-30

한국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프랑스 최고의 명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Legion d'honneur)을 받았다. 11월30일 오후 6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임권택 감독은 프랑스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필립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명예의 군단’이라는 뜻을 가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한 훈장으로 프랑스 정부가 문화, 종교, 학술, 체육, 군사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공적을 세운 개인에게 부여하고 있다.

필립 티에보 대사는 이날 자리에서 “오늘 이렇게 임권택 감독님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거장이자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거장입니다”라고 말한 뒤 “프랑스에서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는 비평가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서편제> <춘향뎐> <취화선> 등 감독님 영화를 많은 프랑스 관객과 비평가가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티에보 대사는 장 르누아르의 ‘궁극적으로 영화예술이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진실에 다가서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도 인간의 진실을 탐구해와 인류 보편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권택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이 상을 그동안 영화를 함께 해온 정일성 촬영감독과 한국 영화인,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말을 꺼낸 뒤 “저는 9살 때 집을 떠났습니다. 그때 저는 수많은 공포와 불안과 미움 뿐인 어린 시절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미 도망쳐나온 다음이었습니다”라면서 자신의 영화인생을 회고했다. 임 감독은 밥벌이로 영화를 시작했지만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게 됐고 “영화는 저 한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만나는 것이고 그 속에 우리 정서와 감동이 담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감격어린 듯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날 수훈식 자리에는 아내 채령 여사와 두 아들을 비롯해 오랜 영화동지인 정일성 촬영감독, <천년학>의 두 주인공인 조재현과 오정해,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황기성 서울영상위원장,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최근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을 설립한 동서대학교의 장제국 부총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임권택 감독은 1991년 프랑스 예술문학 기사훈장을 받은 바 있으며, 2002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영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펠리니 메달을 수상했다. 임권택 감독이 이날 받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슈발리에 등급으로, 2006년 문화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이창동 감독이 받은 레지옹 도뇌르 훈장(오피시에 등급)보다는 한 등급 낮은 것이다. 한편, 임권택 감독은 12월9일부터 열리는 두바이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