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6월27일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여섯명의 의대생이 있다. 아픈 과거를 숨기고 있는 선화(한지민), 병원 이사장 아들인 중석(온주완), 친절하지만 어딘가 음습한데가 있는(오태경), 모범생 은주(소이), 조금 과체중에 심약한 마음을 지닌 경민(문원주), 도무지 의대생으로 보이지 않는 지영(채윤서). 물론 호러영화의 법칙상 몇몇은 살고 몇몇은 죽어야만 한다. 죽음이 시작되는 곳은 해부학 실습 첫날. 여섯 친구들은 장미 문신이 있는 아름다운 카데바(해부용 시체)에 메스를 대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실습 다음날부터 친구들은 이상한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다가 한명 한명 해부학 실습실에서 심장이 빼앗긴 채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말말말 "의대생들의 욕망이 불타는 얼음처럼 산화해가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손태웅 감독)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귀신은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심리적으로 조여오는 공포감이 느껴져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한지민)
100자평 전통 슬래셔 장르에 어울리는 제목과는 달리, <해부학교실>은 한 많은 여자 유령과 다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주인공들을 내세운 전통적인 아시아 호러 영화 장르에 속해있다. 그것도 반전을 밝히지 말라는 부탁이 무의미할 정도로 지독하게 규격화된. 주인공들의 혼란한 정신 상태를 표현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기 위해 도입한 초현실적인 기법은 흥미롭지만 기본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거의 <논스톱>에서 따온 것 같은 드라마나 대사는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갉아 먹는다. 어차피 아이디어만으로 관객들을 자극할 수 없을 거라면 차라리 작정하고 슬래셔물로 나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DJUNA/ 영화평론가
실습용 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해부학교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쓸어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전반부는 지루하고, 중반은 잠시 흥미진진해지다가 이내 오리무중이 되고 만다. 원인은 밝혀지지만 그래서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대체 알 수가 없다. 보고 나면, 단순한 공포영화가 그리워진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초반부의 메스질은 좋다. 해부실에서 벌어지는 처음 2번의 살인 장면은 무릎을 탁! 칠만하고 미장센은 꽤 영리하다. 문제는 봉합이다. 구질구질한 사연이 구구절절 이어짐에 따라 이야기는 방만해지고 영화는 호러영화가 아니라 거의 로맨스 영화에 가까워진다. 지나치게 많은 걸 시나리오 단계부터 꾸역꾸역 집어넣은게 문제다. 그냥 해부학 실습실과 이쁜 애들과 날카로운 메스만으로도 재미있는 호러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해부학교실>은 한과 비극의 플래시백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한국형 호러영화다. 지난 5년간 매년 여름 보아오던 바로 그것. 씨네21 김도훈 기자
해부학 실습실에 갇혀 죽거나 악령이 씌이는 의대생 이야기는 오랫동안 구전되다가 99년도 SBS드라마 <고스트>에서 재현된 바 있다. 영화는 해부학 실습실 괴담을 모티브로 삼으면서 풍부한 사연으로 살을 덧댔다. 초반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두번째 희생자가 나타나고 학생들이 단서를 찾아 나서면서부터 긴장감을 얻어간다. 단점이 있다면 초반에 학생들의 관계가 잘 드러나지 못한 것과 학생들이 사연을 추적하는 과정에 비약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며 긴장은 팽팽해진다. 영화의 장점은 단연 비주얼이다. 한지민의 꿈 장면을 비롯한 환상을 현실의 장면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방식이나, 기숙사 건물과 정신병동에서의 극단적인 카메라 앵글, 화면의 귀퉁이에 불확실한 이미지를 끼워넣는 미장센 등은 칭찬할 만하다. 해부학 실습실의 특수효과 또한 기대 이상이다. 리얼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관객들이 시체, 해부학, 집념에 가득찬 비인간적인 의사 등의 단어를 통해 기대하는 것 중 상당부분을 만족시키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6명의 의대생들이 해부학실습을 하면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살인을 다룬 이야기. 해부학은 장르 영화의 범주 안에서 흔한 소재이지만, 충무로에서는 나름 신선한 시도의 영화다. 하나 충무로에서 뭔가 색다르다고 하면 어김없이 그 결과가 나쁘다. <해부학교실>은 무시무시한 영화다. 그 공포는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반복적 상황에 질려서다. 소재는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지만, 속 내용물은 똑같다. 귀를 틀어막고 싶은 공해에 가까운 음향 효과(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뻔히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지적 수준을 무시하는 것 같은 어설픈 반전 장치, 장르 영화에 대한 무지가 빚어내는 엉망진창의 결과물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해부학교실'이란 제목을 사용했으면 해부학에 대한 집요한 묘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메스 몇 번 사용하고 피부 좀 벗겨낸다고 해부학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이건 해부학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충무로는 부디 공포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나니 마치 내 자신이 해부를 당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http://extmovie.com)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