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칸영화제가 성대한 막을 올렸다. 5월16일 오후7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무성영화 시대부터 활동한 감독으로 유일한 생존자인 98세의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과 아시아의 대표 배우 중 하나인 서기가 개막을 선언하면서 이번 영화제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독일 출신이지만 능숙하게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배우 다이안 크루거의 사회를 벌어진 개막식에서 심사위원장인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을 비롯, 장만옥, 토니 콜레트, 마리아 드 메데로스, 마르코 벨로키오, 그리고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 등 9명의 심사위원이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 크루거는 “칸은 영화제의 박물관이 아니다. 칸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영화와 함께 발전하고 변화한다. 오늘밤 우리는 같은 언어로 말하게 된다. 바로 영화다”라고 말했다. 개막식장에서는 60주년을 기념해 25개국의 감독 35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자신만의 영화> 중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 <업서디아>가 상영되기도 했다. 한편 개막식에 앞서 열린 레드 카펫 행사에는 개막작인 <바이 블루베리 나이트>의 왕가위 감독, 주연인 노라 존스와 주드 로를 비롯해 공리, 줄리엣 비노쉬, 리즈 헐리, 장첸 등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해 무수한 사진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제60회 칸영화제는 일단 경쟁부문 22편 중 미국과 프랑스 영화가 절반에 해당하는 11편이나 돼 ‘쏠림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6편이나 상영되는 미국영화에 대해서는 <오션스 13>을 제외하곤 비교적 개성있는 감독의 작품들 주를 이룬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관계자들은 냉소하고 있다. 경쟁작 리스트에 가장 불만을 표하는 쪽은 전통적인 영화강국들이 모여있는 서유럽이다. 경쟁부문에 포함된 서유럽 영화는 독일 파티 아킨 감독의 <천국의 가장자리>와 스위스 울리히 세이들 감독의 <임포트 익스포트> 단 두편 뿐이다. 그중 <천국의 가장자리>는 터키와의 합작인데다 대사의 60%가 터키어라 온전한 서유럽 영화라고 말하기 껄끄럽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아랍권은 아예 한 편도 초청되지 못해 지난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유럽영화의 강세는 확실히 눈에 띈다. 절반은 프랑스인이라 말할 수 있는 에미르 쿠스트리차를 제외하더라도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뭉규, 러시아의 알렉산더 소쿠로프와 안드레이 즈비기안체프 등이 칸의 경쟁 리스트에 당당히 포함돼 있다.아시아영화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 등 두편을 포함시킨 한국이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화의 결과로 영화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애매모호해졌다”는 예술감독 티에리 프레모의 이야기를 완전히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현상은 작가들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 에너지를 총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는 그의 이야기까지 거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여러 국가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작가-예술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 <각자의 영화> 또한 관심을 모은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빌 어거스트, 제인 캠피언, 유셰프 샤힌, 마이클 치미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다르덴 형제, 마뇰 드 올리베이라, 아톰 에고얀, 아키 카우리스마키, 기타노 다케시, 켄 로치, 난니 모레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라스 폰 트리에, 라울 루이즈, 엘리아 슐레이만, 빔 벤더스 등 말 그대로 거장들의 단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60회 칸영화제는 5월2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