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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국가 대사관에서 항의해줬으면 좋겠다"
글·사진 강병진 2007-03-21

[온라인 인터뷰] 정경섭 반전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알리는 제1회 반전평화영화제가 열린다. 이번 반전평화영화제는 국제 분쟁 문제에 대한 국내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분쟁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과 국제 평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며, 반전평화 여론을 제고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006년 선댄스 영화제 3개 부분을 석권한 제임스 롱리 감독의 <조각난 이라크>(Iraq in Fragments).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이 영화는 2003년 2월과 2005년 4월 이라크를 찾은 감독이 담은 영상으로 구성됐으며, 정치적인 메시지나 강력한 주장 대신 성찰적이며 인상주의적인 관점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호텔 르완다> <노 맨스 랜드> 등이 상영될 계획. 오는 3월 23일과 24일, 양일간 열리는 제1회 반전평화영화제를 앞두고 정경섭 반전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명함을 보니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적혀있다. 평소에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 = 다른 지역위원회와 다를 게 없다. 중앙위원회와 함께 정치사업을 하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정책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그렇게 얻게 되는 정책들을 구청에 요구하기도 한다. - 반전평화영화제는 어떻게 구상하게 된 것인가 = 작년 가을쯤에,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러 책들을 읽어보니, 알려지긴 했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시민들이랑 같이 호흡하면서 좀 더 대중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화란 테두리 안에서 반전영화를 묶어서 함께 보면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막연한 기대에서 출발했다. -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꽤 많다 = 혼자 기획하면서 추진해 봤는데, 전혀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행하고자 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행사가 아니라, 평화운동을 하는 다른 건강한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나도 본업이 있다보니까 더 많은 단체와 함께 하고 싶어도 잘 안 되더라. 원래는 시민들도 함께 준비위원으로 참가시키고 싶었지만, 어디다 광고를 낼 수 도 없는 노릇이어서 할 수 가없었다. 그래서 더 나은 2회를 만들기 위한 1회로 보자고 생각했다. 아직도 발품을 많이 팔지 못한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 참여한 단체들의 수에 비해서는 소규모로 열리는 영화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 데 = 원래는 영화를 10편정도 상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소 대여문제로 인해 대폭 축소하게 되었다. 기존 계획은 전 세계 분쟁지역 가운데 몇 군데를 정해서 영화를 통해 환기시키는 행사로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영화 상영횟수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분쟁지역을 정하는 것도 어렵더라. 게다가 그곳의 이야기를 다룬 좋은 영화들을 선정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쟁지역에 맞는 영화들을 추천해 주었다. 말하자면 멋도 모르고 덤벼본 건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영화제 부대행사로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의 강연이 개최된다. 어떤 취지에서 마련했는가 = 이번 행사에서는 중동문제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3월 22일이 미국이 침공한지 4주년이다. 원래는 영화제 전체 일정을 천천히 가려고 하다가 이 시기를 고려해 보게 되었다. 상영작들 가운데 아프리카, 중동, 아일랜드 등 여러 나라가 있지만 개막작과 강연만큼은 중동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워낙 시청각 자료가 많으신 분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4편의 상영작 가운데 <조각난 이라크>는 국내에서는 처음 개봉되는 작품이다. 어떻게 상영하게 되었나 = 한 단체에서 추천한 영화였다. 자신들도 보고 싶었던 작품이니 이번 기회에 꼭 들여오라고 하더라.(웃음) 미국에 있는 영화의 배급사와 이메일을 계속 주고받으며 추진했다. 우리가 이런 영화제를 하는데, 아마 감독도 동의할 테니 저렴한 가격에 해달라고 했다. (웃음) 그쪽 입장에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실체가 없다보니 고민을 많이 했다더라. 우리도 첫 회 행사다 보니 증명할 게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쪽에서 동의해주었고 약 40만원에 영화를 받게 되었다. 물론 거의 떼를 쓰다 시피해서 맞춘 가격이다. 자막작업도 집행본부에서 직접 한다. 참여한 단체들이 특성이 강해서 능력이 좀 된다. (웃음)

- 바깥에서 볼 때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인 행사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물론 그런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당의 색깔을 희석화하지 않고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시민들과 호흡하는 자리를 더 많이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준비과정에서도 사람들이 정치색을 가지고 공격을 하는데, 그런 면을 희석화 하려하다가도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 싶더라.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파병에 찬성한다면 그런 이야기를 시민과 함께 하면서 검증받는 일들을 해야 한다. 그런 게 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도 오해의 여지는 있다고 보지만, 당이 추구하는 반전과 평화의 가치를 대중과 호흡하는 자리로 바라봐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제 1회다. 이후 반전평화영화제의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선정된 분쟁지역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실제 해당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강연을 듣는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과의 차이는 어떻고, 지금은 또 어떤가 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와 현실이 호흡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인 바람은 그런 과정을 통해 해당지역에 분쟁을 일으킨 국가의 대사관에서 항의가 들어오는 것이다. (웃음) 그렇게 까지 영화제가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힘이 같이 붙어야 한다. 나중에는 작은 힘이나 분쟁지역의 평화를 위해 보탤 수 있는 상황까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