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시상식, <글래디에이터> <올모스트 페이머스> 최우수작품상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와 카메론 크로의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지난 1월21일 거행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과 뮤지컬·코미디부문의 최우수작품상을 각각 수상했다. <글래디에이터>와 나란히 5개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아 최다 노미네이션을 기록했던 <트래픽>은 스티븐 가간에게 각본상을, 베니치오 델 토로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겨주었으나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감독상 후보를 두 자리나 점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와호장룡>의 리안에게 감독상을 넘겼다. 드라마부문 남녀주연상의 주인공은 미국인들의 연인인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와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 특히 로버츠는 기다란 수상소감을 펼치며 “감독이 너무 고맙다. 그가 원한다면 전화번호부라도 읽어주겠다”고 기뻐했다.
뮤지컬·코미디부문에서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의 조지 클루니가 3연패를 노리던 <그린치>의 짐 캐리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너스 베티>의 르네 젤뤼거가 여우주연상의 감격을 누렸다. 연예산업에 공헌한 인물을 기리는 세실 B. 드밀 상은 알 파치노에게 돌아갔다. 전통적으로 참석자들의 분방한 행실로 이름높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올해도 몇 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중 클라이맥스는 잇새에 뭐가 낀 듯해서 화장실에 간 르네 젤뤼거가 수상자로 호명된 순간. 젤뤼거가 나타나지 않자 시상자 휴 그랜트는 젤뤼거가 테이블 밑으로 숨은 것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드라마부문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후보작도 부르기 전에 수상작을 발표할 뻔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나는 주로 상을 타기만 해봐서”라는 애교어린 변명을 하기도 했다.
“골든글로브가 오스카 전망의 지표라지만, 우리 어머니 브리지 클럽 친구들도 그 정도는 짐작한다”고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비꼬았지만, 지난해에도 수상자의 2/3가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쥔 골든글로브는 여전히 오스카 경쟁에 뛰어든 스튜디오들이 제일 예민하게 반응하는 행사. 스튜디오들이 본격적인 오스카 홍보전에 돌입하면서 매체들도 골든글로브 수상작과 후보작을 대부분 포함한 오스카 후보 지명 예상 리스트를 내놓고 있다. <버라이어티>가 작품상 후보로 후한 점수를 매기는 영화는 정치적 이슈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설득해 낸 <트래픽>과 외국어영화로서 이례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와호장룡>. 골든글로브를 품에 안은 <글래디에이터>와 <올모스트 페이머스>, 시대극 <퀼스>도 물망에 올랐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와호장룡> <에린 브로코비치> <글래디에이터>를 유력한 후보로 꼽았고 감독상 유망주로는 두편의 준작을 낸 스티븐 소더버그와 리안, 리들리 스콧, 필립 카우프만을 거론했다. 골든글로브와 지역비평가협회상의 결과를 종합해볼 때, 남우주연상 후보감으로는 톰 행크스와 러셀 크로,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트래픽>의 마이클 더글러스, <파인딩 포레스터>의 숀 코너리, <밤이 오기 전에>의 자비에 바르뎀이 부각되고 있으며 여우주연상 후보는 줄리아 로버츠와 르네 젤뤼거, <초컬릿>의 줄리엣 비노쉬, <꿈을 위한 레퀴엠>의 노장 엘렌 버스틴, <컨텐더>의 조앤 앨런, <나를 의지해>의 로라 리니가 우세하다는 중평. 오스카 노미네이션은 오는 2월13일 공식 발표된다.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