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아마겟돈>의 속편이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주만>은 전쟁의 무서움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와 메세지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월트 디즈니사가 1억4500만달러라는 거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진주만>의 주연배우 밴 에플렉(29)이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21일 오후(현지시각) 진주만 바로 옆 와이키키 해변의 로얄 하와이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굿 윌 헌팅>의 각본을 써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은 이력 탓인지 어딘가 할리우드 주류영화의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그가 이런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주연으로 나선 건 뜻밖의 일로 비칠 수 있다.
“<진주만>의 대본을 받은 뒤 너무 남자들의 이야기 같아서 (애인인)기네스 펠트로에게 보여주었다. 기네스는 좋다며 출연을 권했다. 물론 나도 대본을 읽고 울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이라는 소재 자체가 하나의 상징적인 이벤트다. 2차 대전 때 미국은 섬처럼 혼자 전쟁에 참여하지 않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참전하면서 국제적인 나라임을 알리게 됐다. 배우보다 소재가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인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다.”
농담과 자기 선전을 적절히 섞어 구사하고, 단상에 기자들이 놓아둔 녹음기의 테잎이 다 돌아가면 손수 테잎을 바꿔 넣는 친절함까지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아웃사이더라기보다 충분히 할리우드 스타처럼 보였다. 그가 연기한 레이프는 전쟁에 나간 사이에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의 애인과 잠자리를 같이하는 일을 겪는다.
한 기자가 “당신과 가장 친한 배우인 맷 데이먼이 당신의 애인과 잤다면 어쩌겠냐?”고 물었다. “글쎄, 무척 화가 날 것같은데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다. 맷에게 그러겠지. 너 게이 아니었어?(웃음) 여하튼 영화찍으면서 느낀 건 전쟁에 나가기 전에 여자 친구과 꼭 자야지 안 그러면 뒷일을 수습하기 힘들지 모른다는 거였다.”
그는 “60년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대인의 권태로운 모습을 배제하고 연기해야 했고, 이게 제일 힘들었다”면서 “제일 궁금한 건 당시 참전자들의 반응이며 그들이 좋아한다면 흥행에 실패해도 만족할 것같다”고 말했다.
호노룰루/ 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