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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를 위해서라면…
2001-05-23

박스

전쟁 분위기가 뉴욕 시내를 도배하고 있다. ‘승리’라는 커다란 글귀를 머리에 이고 경례를 붙이는 해군병사, 전투기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아득한 눈빛의 젊은 파일럿, 창공을 뒤덮은 전투기의 무리. 3차대전이라도 일어나서 군대며 간호사를 모집하는 걸까? 때아닌 세계대전 분위기를 조성한 ‘전범’은 <진주만> 포스터다. 문제는 자부심 강하기로 소문난 뉴욕 시민들이 이 좋게 말해 복고적인 나쁘게 말해 국수적인 이 포스터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곳곳에서 포스터가 도난당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진주만> 포스터는 영화포스터로는 유례없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 2차대전 선동포스터를 흉내내 군복, 전투기 등의 이미지를 동원한 이 포스터는 다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고, 오직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eBay에서 2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포스터를 꼭 갖고 싶었던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시내를 도배한 <진주만> 포스터를 ‘소장’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까지 시내에 뿌려진 포스터 가운데 약 30%가 사라졌다. 제작사 브에나비스타 대변인은 "솔직히 밝히자면, 우리는 그 포스터들을 장물로 전락시켜서라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아부에 시달리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홍보의 ‘승전보’를 전했다. <진주만>은 미국은 5월25일, 우리나라에는 6월1일 상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