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와 <툼 레이더>로 시험대에 오른 비디오게임 각색영화, 성공여부 관심
<미이라2>로 개전 나팔소리가 울려퍼진 2001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장이, 비디오게임 각색영화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시험장으로 또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실험에서 리트머스지 구실을 할 영화는, 블록버스터 비디오게임을 스크린에 옮긴 파라마운트의 <툼 레이더>와 컬럼비아의 <파이널 판타지>. <슈퍼 마리오> <모탈 컴뱃> 등 게임 각색영화는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제작된 바 있으나, <파이널 판타지>와 <툼 레이더>는 기존 비디오게임 팬을 극장에 끌어들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치열한 여름시장 복판에서 비디오게임과 영화의 장르 융합이 가진 블록버스터적 폭발력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게임산업과 영화 산업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게임과 대작 오락영화의 교배를 실험하는 <툼 레이더>와 <파이널 판타지>의 전략은 사뭇 다르다. 6월15일 전미 개봉하는 <툼 레이더>는 인기 게임을 안젤리나 졸리라는 스타를 내세워 실사 액션영화로 바꾸는 안전한 전략을 택한 프로젝트. 8천만달러가 투자된 <툼 레이더>의 원작 게임을 창안한 코어 디자인 그룹과 에이도스 인터랙티브는 파라마운트에 영화 제작을 일임했다. “우리는 이미 만든 것을 영화 속에서 다시 만드는 데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에이도스의 크리에이티브 감독 서튼 트라우트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
반면 일본 스퀘어사의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파이널 판타지>는 숨막히게 생생한 포토리얼리즘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3D애니메이션 형식을 택했을 뿐 아니라 게임메이커 히로노부 사카구치에게 영화의 메가폰을 맡기는 파격까지 단행했다. “영화화된 비디오게임이 게임 미디엄에 담기는 최초의 사건”이라는 것이 트라이스타 픽처스의 전 대표이자 <파이널 판타지>의 제작을 맡은 크리스 리가 말하는 <파이널 판타지>의 의의. 그러나 최소 1억1500만달러가 투자된 이 모험적 시도는 게임 제작사로서 처음 영화제작에 뛰어든 스퀘어사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줄 수도 있다.이처럼 블록버스터 형태를 띤 비디오게임과 영화의 융합을 가능케 한 것은 최근 몇년간 비디오·컴퓨터 게임이 이룩한 발전. 은 시장규모가 커진 게임산업이 더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면서 영화와 접점이 많아진데다 초기 게임과 달리 실제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과 레벨마다 수분에 걸친 영상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스토리라인, 입체적 캐릭터도 영화와의 갭을 좁힐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한편 게임과 영화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사업방향은 영화의 게임화 측면에서도 강화될 전망.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즈니, 소니, 유니버설 등은 회사 내외의 게임메이커들이 영화세트와 시나리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해 가능한 한 영화와 가까운 게임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블록버스터영화가 다음 속편을 내놓기 전까지 게임이 캐릭터의 이미지를 굳히고 인기를 유지하는 훌륭한 수단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와, 금방 영화를 봤는데 이제 그 영화를 살고 있어’라는 말을 관객의 입에서 듣고 싶다.” <스파이더 맨>의 세트를 방문해 샘 레이미 감독과 만나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액티비전 북미 스튜디오 부사장 무랄리 테굴라팔의 말이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