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작가조합 협상 움직임에 따라 배우조합파업도 새국면 맞아
파업 위기로 초긴장 상태이던 할리우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영화 및 TV프로듀서들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5월 초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던 미국작가조합이 협상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8일 작가조합 임원들은 영화 TV프로듀서들이 제시한 향후 3년 재계약 조건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처우개선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됐다는 것이 그 이유. 이제 조합원들의 비준을 받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아, 사실상 작가들의 파업은 결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화와 TV프로듀서쪽이 제시한 협상안이 작가들의 요구를 100% 수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극장용영화의 경우 작가들이 작품에 더 깊이 개입하고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창작권’의 수용 여부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 개선된 점이라면, 이전보다 개런티가 늘어나고, 재방송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가 작가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프로듀서쪽이 제시한 재계약 조건에 따르면, 개런티는 전에 비해 총 4100만달러 정도 늘어나고, 케이블TV와 해외 배급료에서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당도 전보다 늘어나게 된다. 또한 프로듀서들은 작가들에게 영화와 TV프로그램의 인터넷 방송 수익의 1.2%를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용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극장용영화나 TV프로그램으로 발전되는 경우에도, 이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재계약 가안은, 오는 6월4일 11500명의 작가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작가조합은 1988년 22주간 파업한 전력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배우조합원들이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5개월간 파업한 바 있어서, 정황상 이번 작가들의 파업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작가조합이 이런 예상을 뒤엎고, 비교적 무난한 협상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그들이 기본적으로 파업을 원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파업을 피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데 대한 작가조합 내부의 불만이 없지 않지만, 임원진은 1년여에 걸친 캠페인을 벌이며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의 여파 등을 고민한 듯하다. 할리우드 산업 전체가 마비되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등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며 “파업에 이겨도 지는 것”이라는 가책과 부담이 있었던 것. 업계와 지역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조용히 마무리될 기미를 보이자, 크게 반색하고 있다. 작가조합과 프로듀서쪽의 협상 발표가 나던 날, LA 시장은 이를 축하하는 대규모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제 화살은 다시 배우들에게 날아간다. 영화배우조합은 현재 작품의 배급 방법과 매체에 관계없이 회원들이 참여한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그에 합당한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요구조건을 체계화해 각 스튜디오에 발송할 예정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 업계에서는 작가들이 파업을 포기할 경우, 배우들의 파업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버라이어티>의 편집장 피터 바트는 “작가들이 이처럼 무난한 계약을 맺는 상황이라면, 배우들도 요구를 수그러뜨릴 것이다. 작가들에게 커다란 소득이 없게 된 이상, 배우들이 더 큰돈을 바랄 만한 동기가 있겠느냐”며 배우들의 파업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현재 배우조합의 임원진들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불필요한 히스테리”라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뜻을 비추고 있다. 배우조합은 작가조합과 감독조합의 대표를 자신들의 협상 테이블에 참관인 자격으로 초청해 놓은 상태. “어느 누구도 파업을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작가조합의 재계약 시점까지는, 그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