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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여성관객영화상 [1] - 여성관객이 뽑은 최고의 한국영화
최수임 2001-01-03

굳세어라, 여성이여

<공동경비구역 JSA>

푸른 군복과 검은 군화라고 안 될 건 없다. 삭막한 시멘트 아니면 지뢰를 품은 들판뿐이라도. 여성관객이 본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58%의 지지를 받으며 뽑혔다. “여주인공을 맡은 소피의 자립정신과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수사를 진행시켰던 점이 여성관객들에게 여성의 주체성을 고취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준비위원 심영섭씨의 분석이다. 행사를 주관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박혜숙씨는 “여성관객이라지만 일반관객의 취향이 많이 반영됐다. 흥행이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며 일반적인 흥행이 설문에 끼친 영향 역시 지적했다. 최고의 한국영화상 이외에도 한국 최고의 여자배우(이영애),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 3위(이병헌) 등에 <…JSA>가 오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여성문화예술기획 주최로 다섯 번째 실시된 이번 여성관객영화상은 영화평론가 4인(유지나, 심영섭, 김경, 조세진)과 언론관계자 6인(안정숙, 이연호, 유인경, 문소현, 김희경, 박미라)이 선정한 ‘최고의 영화’와 ‘최악의 영화’ 후보(각각 한국영화 10편, 외국영화 20편)를 토대로 11월27일부터 12월17일까지 20일간 전국거주 16살 이상 여성 1021명이 설문에 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고의 영화에 대해서는 ‘여성묘사가 현실적이다’, ‘여성캐릭터의 종류가 다양화되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묘사되었다’가 이유의 보기로 주어졌고, 최악의 영화에 대해서는 그 반대의 4가지 이유가 주어졌다. 결과 최악의 한국영화로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부각시킨”(응답자의 80%) <미인>이, 최고의 외국영화로는 “줄리아 로버츠의 강인한 여성상이 여성에게 만족감을 준”(준비위원 김경) <에린 브로코비치>가, 최악의 외국영화로는 지난해 <오스틴 파워>에 이어 <오스틴 파워 제로>가 각각 선정됐다. 또, <반칙왕>의 송강호가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로 뽑혔으며, 외국 최고의 배우로는 줄리아 로버츠와 <쉘 위 댄스>의 야쿠쇼 고지가 각각 선정됐다.

설문은 한국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는데, 올해 한국영화 속 여성이미지의 두드러진 변화로는 ‘여성 캐릭터의 종류가 다양화된 것’이 주로 거론되었다. “내가 영화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연, 학연, 학벌 덜 따지고 계급과 성에 근거한 차별이 비교적 약한 분야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질 때까지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는 <…JSA>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언젠가 영화 속 여성들이 왜곡없이 그려지는 날이 오면, ‘남성관객영화상’을 따로 뽑지 않듯, ‘여성관객영화상’을 따로 뽑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기까지는 더 비판적인 안목으로 더 많은 여성관객들이 제 목소리를 내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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