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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는 물고기, 미국까지 헤엄치다
2001-04-23

국내리포트/작은톱

<쉬리>,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통해 북미 개봉

<쉬리>가 미국 메이저 배급망을 탄다. 강제규필름은 지난 4월12일 “<쉬리>가 미국 메이저영화사인 컬럼비아 트라이스타를 통해 북미지역에 개봉된다”고 밝혔다. 한국영화로서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의 배급망을 타고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쉬리>가 처음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2월 말 미국 LA에서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AFM) 때 진행된 것으로 배급사가 미니멈개런티 없이 배급수수료를 가져가는 형태다. 미국 개봉에서 얻은 수익은 컬럼비아와 강제규필름이 35% 대 65%로 나누게 된다. 강제규필름은 컬럼비아가 “늦어도 8월 안에 뉴욕, 시카고, LA, 휴스턴 등을 비롯한 10여개 도시에서 영화를 개봉하고 홍보를 위해 감독, 배우를 초청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실 <쉬리>의 북미 배급은 2년 전 삼성영상사업단에서 해외배급을 할 때부터 꾸준히 추진해오던 일이다. 당시 영화를 본 메이저배급사 담당자들은 한국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미국 개봉에 자신감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데 자극받은 결과로 보인다. <쉬리>는 일본에서 극장수익만 1600만달러에 이르는 대성공을 거뒀다. 계약성사의 배경엔 컬럼비아가 아시아영화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자막있는 영화로 사상처음 북미수익 1억달러를 넘긴 <와호장룡>을 배급한 컬럼비아는 최근 4편의 아시아영화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북미 배급은 한국영화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이 의미있는 진전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거짓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춘향뎐> 등은 세계판권을 사들인 회사가 미국 중소배급사와 재계약해 배급하는 형태였던 반면 <쉬리>는 제작사와 메이저배급사가 직접 머리를 맞대고 협상한 결과다. 컬럼비아가 아직 정확한 개봉일자와 개봉관 수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도 예술영화전용관이 아니라 일반극장 위주라 상업적 잠재력을 확인할 기회인 셈. <쉬리>는 지금까지 22개국에 판매돼 미니멈개런티만 260만달러를 넘겼고 프랑스에서는 오는 6월 말 30여개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