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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순...<소름>
2001-04-19

커밍순/소름

저주는 유전된다.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 <소름>은 지난해 여름 줄을 이었던 난도질영화들과 달리 보이지 않는 공포에 초점을 맞춘다. 곧 헐릴 낡은 아파트에 한 청년이 이사를 온다. 그는 30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전혀 모른다. 불길하고 음험한 이곳에서 남자는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옆집 여자를 본다. 애처롭게 바라보던 시선이 애정으로 바뀔 무렵 그녀의 남편이 시체가 된다. 그들은 짐작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된다. <소름>은 조금씩 광기에 휩싸이는 사람들을 그리면서 진정 두려운 것은 괴물이나 유령이 아니라는 걸 일깨운다. 빌어먹을 운명이야말로 나약한 인간들을 벌벌 떨게 만든다. 제목 그대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이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윤종찬 감독의 데뷔작인 <소름>은 그가 미국 유학 시절 만든 단편 <메멘토>를 모태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단편영화 시절부터 기억과 운명에 관한 집착을 자기만의 세계로 만들어왔다. <반칙왕>의 장진영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김명민이 주연을 맡아 스타파워를 앞세우는 영화는 아니지만 비주얼과 이야기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아낸다. 신생영화사인 드림맥스에서 제작했고 <번지점프를 하다>를 성공시킨 KTB네트워크에서 전액투자했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