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영화 인터넷 마케팅, 가짜 팬사이트 제작에 열올려
영화팬인 당신은 좋아하는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와 팬사이트 중 어떤 것에 더 마음이 끌리는가. 물론 거칠지만 생생한 느낌이 살아 있는 팬사이트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나온 할리우드영화의 팬사이트에 접속할 땐 눈을 크게 뜰 필요가 있다. 팬사이트임을 자처한 여러 사이트 중에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가짜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의 기사에 따르면 최근 LA 인근 지역의 한 컴퓨터 박사는 여러 스튜디오에 영화 15편의 가짜 팬사이트를 만들어주고 15만달러의 거액을 챙겼다고 한다. 주당 1만달러가 넘는 이 알짜배기 아르바이트의 핵심은 좀더 촌스럽게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 홍보용 사진 대신 잡지책에서 오린 사진을 쓴다거나, 혹은 스튜디오에서 제공한 일부러 엉성하게 찍은 세트 사진을 쓰거나, 일부러 덜 세련된 디자인의 글씨체를 쓰거나 하는 것이 구체적인 방법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주소를 추적해도 스튜디오의 이름은 찾을 수 없도록 해 홈페이지에서 제작사의 정체를 못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 이들 임무의 마지막.
가짜 웹사이트들의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좋은 입소문을 내는 것이다. 영화관계자들이 관련 게시판에 들어가 팬을 가장하고 글을 올리거나 하는 방법이야 이전에도 많이 쓰였지만 팬들이 만든 비공식 홈페이지들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이처럼 스튜디오들이 사이비 팬사이트를 조작하는 것이 새로운 게릴라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입소문에 목숨 거는 스튜디오와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이 만나면서 영화 <블레어윗치>가 낳은 인터넷 마케팅 바람이 약간 이상한 방향으로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블레어윗치>가 실화를 가장한 홈페이지로 관심을 모은 것처럼 뉴라인시네마가 지난해 제작한 스파이크 리의 영화 <뱀부즐드>는 영화 속에 나오는 텔레비전 쇼의 내용만을 가지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곳을 찾은 팬들로 하여금 텔레비전 쇼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3개국의 영화팬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카운팅다운 닷컴’(countingdown.com)의 경우 ‘최고의 팬사이트’를 자처하며 영화팬들을 위한 각종 영화정보와 포럼 사이트임을 내세우지만 지난해 드림웍스가 소유권을 일부 갖게 되면서 아직 시나리오도 써지지 않은 <인디아나 존스4>의 홍보에 나서는 등 스필버그 영화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순수 영화팬 사이트로서의 성격을 잃고 있다.
이처럼 활개치는 가짜 홍보 사이트에 대해 아직 이를 규제할 법은 없는 형편이다. 각종 미디어의 광고를 관할하는 정부기구인 연방무역위원회와 연방통신위원회 역시 아직 감시의 손길을 뻗질 않고 있어 이같은 가짜 사이트에 대해서는 스튜디오의 양심에 모든 걸 맡겨야 하는 상태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