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 재거와 로버트 레드퍼드, 음악과 영화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스타가 요즘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둘이 동시에 체 게바라의 삶을 소재로 삼은 영화를 준비중이기 때문. 재거필름이라는 영화사를 차린 뒤 최근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니그마>를 제작하기도 했던 믹 재거는 <에비타>에서 체 게바라로 나왔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체 게바라 전기영화를 기획중이다. 재거필름의 한 관계자는 “믹 재거는 경제학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부터 체 게바라에 매혹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년 시절 우상이던 체 게바라를 영화로 부활시키려던 그의 구상에 걸림돌이 생겼다. 로버트 레드퍼드가 비슷한 기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믹 재거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로버트 레드퍼드는 그간 몬태나에서 체 게바라의 젊은 날을 다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구상한 걸로 알려졌는데 베네치오 델 토로의 캐스팅이 유력하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베네치오 델 토로의 체 게바라 전기영화라면 믹 재거가 밀린다고 느낄 만하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영화가 먼저 개봉한다면 믹 재거의 영화가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믹 재거도 알고 있다”는 것.물론 체 게바라의 삶을 다룬 영화가 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미국영화로는 <코난> <만딩고> 등을 만든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1969년작 <체!>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선 오마 샤리프가 체 게바라로, 잭 팰런스가 피델 카스트로로 나왔다. 그러나 체 게바라를 ‘20세기 가장 자유로운 인간’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체 게바라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는 아직 없다. 믹 재거든, 로버트 레드퍼드든 진짜 문제는 동시에 진행중인 기획이 아니라 체 게바라의 삶을 관통하는 그 무엇을 어떻게 담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