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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역학관계 변한다
2001-04-02

국내리포트/통화중,2단,단신/완

쿠앤필름(대표 구본한)이 시네마서비스(대표 강우석)의 품을 떠나 강제규필름(대표 강제규)에 둥지를 틀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네마서비스가 투자, 배급을 맡아 <해변으로 가다> <순애보> <하루> 등을 제작한 쿠앤필름이 강제규필름과 손을 잡는다면 충무로의 역학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강제규필름의 유봉천 부사장은 “결론을 내린 건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앤필름은 지난해에만 3편을 제작한 영화사로 그간 작품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강제규필름 입장에선 눈독을 들일 만하다. 아직 두 회사가 어떤 형태로 일할지 알 수 없지만 종전 시네마서비스와 쿠앤필름의 관계와는 다를 것이 확실하다. 개별 작품이 아니라 제작사를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주는 게 강우석 감독의 스타일이라 씨네2000, 좋은 영화, 씨앤필름, 태원엔터테인먼트 등은 그간 별 잡음없이 공조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런 투자방식은 작품마다 제작비 조달을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는 이점이 있지만 외부 투자사의 유혹을 뿌리칠 만한 어떤 혜택을 기대하는 영화사한텐 부담스런 관계일 수 있다. 쿠앤필름 입장에선 장점보다 불합리한 측면이 커보였을 것이다. 투자사가 많아지면서 괜찮은 제작사의 몸값이 뛴 것도 영향이 크다. 쿠앤필름은 투자사로 KM컬처와 강제규필름을 놓고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제규필름이 시네마서비스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으리라는 건 능히 짐작할 수 있는데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도 관심사다. 쿠앤필름이 시네마서비스에서 누리지 못한 혜택을 받는다면 투자사의 대접이 소홀하다고 느끼는 또다른 영화사들이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쿠앤필름을 시작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이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