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주요 프로그램과 상영작 180여편 공개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 그리고 아시아 독립영화를 지향점으로 삼는 전주국제영화제 2001이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 개막을 딱 한달 앞둔 지난 3월27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출품작 라인업을 공개했다. 4월27일 개막, 5월3일까지 메인상영관 전북대 문화관을 비롯해 시내 6개 극장, 덕진공원에 마련되는 야외상영장 등에서 치러질 이번 영화제에는 30여개국에서 180여개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 2001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프로그램은 프랑스의 앙트완 코폴라가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포스트 68’. ‘급진영화’라는 올해 영화제의 테마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이 행사는 1968년 프랑스 파리 거리를 달궜던 ‘68혁명’이 영화에 끼친 영향을 탐구하기 위한 것이다. 장 뤽 고다르의 <중국여인>을 포함하여 장 외스타슈의 <나의 작은 연인들>, 기 드보르의 <구경거리의 사회> 등 11편이 상영될 예정. ‘급진영화’라는 키워드와 관련,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독일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일본의 오가와 신스케의 회고전이다. 특히 오가와 회고전에서는 세계 다큐멘터리 작가의 교본으로 평가되는 ‘산리츠카 7부작’을 포함, 총 11편의 다큐가 소개된다. 또 오가와 감독의 남성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여류 다큐 감독 바버라 햄머의 <헌정>도 함께 선보인다.
메인프로그램 중 대안영화를 소개하는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선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왕샤오슈아이의 <북경 자전거>가 눈길을 끈다. ‘가장 탁월한 정치적 드랙퀸 영화’라는 평을 듣는 뮤지컬코미디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대만의 린첸솅의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아름다운 빈랑 나무> 등도 기대작. 아시아 인디영화포럼 부문에는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화제작 <죽거나 살거나>를 비롯, 대만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문당 감독의 <약속의 땅> 등이 포함돼 있고, 디지털영화를 보여주는 N-비전 부문에는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던 대니얼 미나한 감독의 <시리즈7> 등이 들어 있다. 이외에도 존 아캄프라, 지아장커, 차이밍량이 참여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전,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한국단편영화전, 미드나잇 스페셜, 디지털 1219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민 조직위원장과 서동진, 안해룡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는 정성일, 김소영 두 프로그래머의 사퇴 등으로 인한 파행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서동진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는 “전임 프로그래머가 설정한 방향의 연장선 위에서 작업했지만 그 둘이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은 과부족 상태여서 힘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