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대신 단추를 받으며 증기기관으로 물을 데우는 낡아빠진 수영장이 있고, 여기엔 눈먼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안톤이 있다. 어느 날 이곳으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소녀 에바가 찾아온다. <투발루>는 이 두명이 펼쳐가는, 말 그대로 사랑의 모험을 그린 환상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투발루>는 동화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인 영화다. 흑백필름으로 찍어 각 필름에 일일이 색을 입힌 덕에 파스텔화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한 화면이 로맨틱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대사를 적어봐야 종이 한장이면 충분할 정도로 대사가 없다는 점도 이미지에 편안하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해준다. 독일의 신인 감독 바이트 헬메르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중간 어디쯤에서나 풍겨나올 법한 독특한 판타지의 세계를 새로운 감각의 영상에 풀어놓았고, <퐁네프의 연인들>의 드니 라방과 <루나파파>의 슐판 하마토바는 이 속으로 자유롭게 떠다니며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비롯해 슬램댄스, 산세바스찬영화제 등에서 각종 상을 받은 작품.
문석 기자
Tuvalu
제작·감독 바이트 헬메르
각본 미하엘라 벡, 바이트 헬메르
촬영 에밀 크리스토프
음악 고란 브레고비치, 위르겐 크니에페르
미술 알렉산데르 마나세
출연 드니 라방, 슐판 하마토바, E.J.캘러한
수입 오성미디어
배급 필름뱅크
홍보 래핑보아
개봉예정 5월 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