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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실과 환상이 충돌한다 -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
정재현 2026-08-27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6월에 이루어졌다. 당시 사전 시사 없이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소스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이하 <오크 스트리트>)의 예고편이 전부였는데, 이 영상엔 빌리 조엘의 가 2분 남짓 귓전을 때린다. “당신이 뭐라고 하든 상관 안 할래, 이건 내 인생이야. 당신 인생이나 신경 쓰고 날 좀 내버려둬.”(I don’t care what you say anymore, this is my life. Go ahead with your own life and leave me alone) 호러, 필름누아르 등 고전기 할리우드의 유산을 제멋대로 비틀어온 감독의 여름 팝콘 무비에 참으로 어울리는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보니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은 이 가사 그대로 자기만의 공룡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다. 공포의 서스펜스와 할리우드를 향한 경애가 변함 없이 컬트적으로 형형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 항상 서랍 속에 수많은 트리트먼트가 들어 있다고 들었다. <오크 스트리트>는 언제, 어떻게 구상한 작품인가.

아버지가 공룡 덕후였다. 디트로이트가 고향이라 가족을 비롯해 모든 이웃이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중 한곳에서 일했고 아버지 역시 그랬다. 하지만 아버지는 늘 직업과 무관하게 공룡에 빠져 있었고, 항상 고고학자가 되기를 꿈꾸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공룡 책을 다 읽던 아버지를 둔 터라 나 또한 레이 해리하우젠의 <공룡지대>를 포함한 수많은 공룡영화를 섭렵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언젠가 공룡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떤 방식이 될지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몇년 전, 미시간주 어느 교외 주거지를 기분 좋게 산책하던 중 이곳에 공룡이 나타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 교외 동네에 공룡이 섞여 들어간 모습에 대해 고민하다 꽤 빠르게 스펙 스크립트(제작사의 사전 의뢰나 계약 없이 작가가 자발적으로 쓴 대본.-편집자)를 써내려갔다. 그 원고를 탈고할 때쯤 영화화 가능 여부를 확신했다.

- 당신의 영화는 언제나 시대착오성을 전제했다. <언더 더 실버레이크>에서는 여러 시대가 혼재된 LA를 그렸고, <팔로우>는 레트로 퓨처리즘이 영화의 중요한 정조였다. 반면 이번 작품은 1982년이라는 구체적 시간대가 등장한다.

<오크 스트리트>가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내가 1980년대에 어린이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 착상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자연스럽게 어렸을 적 그 시간대로 배경이 설정됐다.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이나 가족과 관련된 일들 중 일부가 영화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

- <언더 더 실버레이크>개봉 당시 시네필들이 당신의 영화광적 속성을 근거로 작품 안에서 수많은 이스터에그 찾기를 즐겼다. 이번에도 그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나.

<언더 더 실버레이크>보다는 덜 노골적이다. (웃음) 대놓고 이스터에그를 드러내기보다 여러 레퍼런스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형태에 가깝다. 그러나 영감을 받은 작품들은 분명 존재한다. 확실히 <환상특급> 시리즈나 토브 후퍼가 만든 <폴터가이스트>가 영감의 아주 큰 원천이었다. M. 나이트 샤말란의 <싸인>,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영화 역시 주요한 참고 자료가 되었다.

- 청소년들의 이야기였던 <팔로우>, 무기력한 청년 샘(앤드루 가필드)이 주인공인 <언더 더 실버레이크>에 이어 부모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바깥에서 흐른 시간이 자연히 영화 안에 반영됐다고 보아도 될까.

전적으로 그렇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내가 투영된 작품인 동시에 어른으로서 내게 부여된 역할이나 현재적 위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있다. 물론 그간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써왔고 아직 영화로 만들지 않은 이야기 또한 인생의 각기 다른 단계를 다룬다. 나는 분명 모든 종류의 영화를, 인생의 모든 다양한 시점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렇지만 <오크 스트리트>는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분명하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중요하고, 특히 플랫 가족의 부모로 분한 앤 해서웨이이완 맥그리거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오크 스트리트>에서 두명의 감독과 협업했다. 촬영감독 마이크 지울라키스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고 음악감독 마이클 저키노와 처음 작업했는데.

영화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방면을 논의했다. 언급했던 70년대와 80년대의 영감을 준 영화들 속에서 삽입곡과 스코어가 캐릭터 및 가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주로 소통했다. 극적인 교감의 범위를 넘나들고, 친밀하고 부드러운 순간들을 가지다가 스펙터클, 위험, 서스펜스가 넘치는 거대한 순간들로 전환하는 방법, 그리고 그 속에서 언어를 찾고 캐릭터들의 테마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을 마이클 저키노가 아주 손쉽게 완성해냈다. 마이크 지울라키스는 오랫동안 협력한 동료라 척 하면 착 하는 사이다. 우리는 장면에 독특하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데에 진심이다. 때로는 아주 단순하게 때로는 아주 복잡하게 서사에 접근한다. 그렇게 두 방법을 오가다가도 큰 세트피스를 설계할 때는 마이크와 나, 그리고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는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흥미롭고 특별한 화면을 만들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밀어붙이기 위해 늘 노력하고, 이번 작품도 그렇게 했다. 어떻게든 관객들이 놀라고 흥미를 갖게 만들어내는 방도를 노력해 찾을 뿐이다.

- 당신이 만든 장편영화엔 언제나 현실성과 환상성이 기묘한 방식으로 공존한다. 2억년의 시차를 건너 공룡이 불시착하는 이번 영화에서 그 배합 비율이 더욱 정밀해졌다는 인상이다.

영화의 주제, 메시지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답을 꺼리는 편이다. 질문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스스로 영화의 요점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이 영화에 접근하는 데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단순히 오락영화로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 인물들과 이야기, 가족, 그들이 겪는 일들,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 안에 내가 말을 꺼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깊이가 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다만 현실과 환상의 충돌에 관해서는 말할 수 있겠다. 그 지점이 정확히 <오크 스트리트>와 관련하여 강렬하게 끌렸던 부분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마음을 쓰게 되는 인물들, 그들이 자신의 내면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현실성이 흐르도록 캐릭터를 설정해보려고 노력했다. 즉, 현실처럼 느껴지는 요소를 관객들이 자라왔거나, 살아보았거나, 아는 누군가가 살았을 법한, 마치 자신의 집처럼 느껴질 수 있는 환경 속에 두는 것이다. 이후엔 현실과 환상의 충돌 후에 남는 감정을 갈무리한다. 판타지가 일상을 추격하면 그 속의 위기와 감정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겠나. 그 점이 내가 <오크 스트리트>에 담은 몇 안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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