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장편영화 제작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네편의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계절과 계절 사이> <가치 캅시다> <면접교섭> <우리의 이름>이다. <계절과 계절 사이>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우리의 이름>은 올해 극장 개봉하기도 했다. 석사과정도 아닌 학사과정 학생들이 모여 만든 영화들이 이러한 궤적을 보인 일은 이례적이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한국영상대학교 유주현 총장, 영화영상학과 김용찬 학과장, 이도균 부교수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학과의 제작 환경과 커리큘럼은 학생과 교수진의 끈끈한 유대를 축으로 하고 있었다.
이도균 부교수, 유주현 총장, 김용찬 학과장(왼쪽부터).
- 넷플릭스를 통해 학과 작품 4편이 공개됐다. 어떤 성과라고 보나.
유주현 고무적이다. 영화과에 10년 동안 아낌없이 투자해온 노력이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져 인정받은 것 같다. 매우 기쁘다. 장편영화 제작 과정에 기본적으로 2억~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왔고, 현물과 장비까지 더하면 최소 5억원 규모의 작품을 만들어온 셈이다. 이 덕에 다른 대학교의 영화과에서도 쉽게 이루지 못한 일을 전문대학교인 우리가 선점할 수 있었다.
- 영화영상학과의 기본 커리큘럼과 장편영화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도균 통상적으로 전문대학교는 3+1년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둔다. 여기에 +1을 장편영화 제작 과정으로 꾸려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학생들끼리 장편을 1년 만에 완성한다는 일이 쉽진 않았다. 그래서 두 작품을 마치고 나서는 교육과정을 바꿨다. 3학년 1학기 때 졸업 작품을 만들고, 2학기부터 장편영화 제작을 원하는 학생들 위주로 시나리오 기획 등 교수의 맨투맨 지도를 시작한다. 집중식 수업으로 구성해서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에 단계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졸업 학기에도 졸업 작품 강의에만 15학점을 배정해서 영화만 만들게 한다.
김용찬 장편영화 제작 과정에서 학생들의 역할 분배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논의한다. 장편 연출을 맡을 만큼의 역량이 있는지 몇년을 함께하며 지켜보는 것이다. 학생, 교수님들과 논의를 이어가다보면 가장 중요한 점은 인성이더라. 아무래도 1년 이상 단위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하려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스태프를 이끌어가는 인성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이름> 이상록 감독이 참 뛰어난 학생이었다.
- 교수진이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겠다.
유주현 나도 영상연출학과에서 수업을 해봤는데, 어느 정도로 친밀하냐면 그날 학생들이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알 정도다. (웃음) 일반적인 인문·사회·공학 계열 대학교보다 학생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교육을 지향한다.
김용찬 2학년 때 학생들이 장편영화 동아리를 운영한다. 본인들끼리 서로 알아보고, 교수들도 학생들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기다. <가치 캅시다>는 이때 개발된 단편영화를 졸업 작품으로 만들고,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도 진출하여 장편화까지 이룬 모범적 사례였다. 교수들의 품이 많이 들고, 현장에 매번 같이 가니 주머니가 축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방식을 되도록 유지 중이다.
이도균 제작이 이뤄지는 집중 기간에는 교수들이 다 촬영 현장에 지원을 나가고, 안전관리도 도맡는다.
- 작업 공간을 비롯한 영화 제작 장비의 규모도 궁금하다.
이도균 실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쓰이는 하이엔드 시스템을 중심으로 장비가 구성돼 있다. 아리 알렉스 미니, 소니 부라노 8K 등의 카메라, 아리 마스터 프라임, 아리 알루라 줌 등의 최고급 시네마 렌즈를 구비하고 있다. 수중촬영, 항공촬영 등 다양한 특수촬영 장비와 교육도 준비돼 있다. 조명, 데이터 관리를 비롯해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마스터링실, 8K 편집 기능 등이 있는 후반작업 설비도 갖춰놓았다.
유주현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학내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설립하자는 의견이 있어 검토 중이다. 본교에 오는 학생들이 장비의 한계, 재원의 한계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는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 강의 목록을 보니 ‘영화연구 방법론’도 있던데, 이론 수업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이도균 다른 학교들보다 이론 수업의 비중이 크다. ‘영화연구 방법론’도 2학년 학생들에게 논문을 쓰게 하는 수업이다. 졸업 작품이나 워크숍보다 학생들이 더 두려워하는 강의다. (웃음) 물론 실제 졸업논문 정도의 수준을 강요하진 않는다. 이런 글쓰기의 형식을 체득하게 하려는 목표에 가깝다.
- 학생들의 역량이 늘 수밖에 없는 커리큘럼 같다. 학생마다 몇개 정도의 영화를 만드나.
이도균 기본적으로는 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에 한번씩 단편 제작 과정이 있다. 다른 학과들과 진행하는 캡스톤 디자인이 2학년 2학기에 있고, 학생들 말로 가장 지옥이라는 3학년 1학기엔 졸업 작품과 캡스톤 디자인이 겹쳐 2편을 만들게 된다. 3학년 1학기 학생들이 한 5주차 되면 좀비처럼 변해버린다.
김용찬 워크숍 병이라고 돌림병이 돈다. (웃음) 이때쯤 결석도 잦아진다.
- 넷플릭스에 공개된 4개의 장편영화 외에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의 특장점이라면.
김용찬 앞에서도 말했듯이 교수진이 학생을 계속 관찰한다. 학생의 성장배경, 특별한 경험, 특유의 감성 같은 것들을 알 수밖에 없게 된다.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에겐 외부의 일보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이 가장 강렬하기 마련이다. 그게 무엇인지 찾아가게 돕는 거다. 이런 과정에 기반해서 피드백을 주되 최소한의 울타리를 지키면서 창작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도균 교수가 그렇게 잔소리하고 나서는 현장에 가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웃음) 물론 교수 눈치를 보긴 하겠지만, 최대한 현장에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펼치는 아이디어엔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또 중요한 점은 학생들이 같은 교수에게만 배우도록 하지 않는 것이다. 1학년 때는 A 교수에게, 2학년 때는 B 교수에게 지도받게 한다. 친절하고 감성적인 지도자, 논리적이고 강한 지도자 등 여러 교육과정을 거치다 보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환경에서 버티고 자립해 나갈 수 있게 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