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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사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이어달리기> 고효주 감독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6-07-16

‘세월호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씨는 여전히 4월16일의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화물차 운전기사였던 과거를 뒤로한 채 한라산둘레길 탐방소를 지키는 한편, 세월호 안에서 구해달라고 외치던 이들의 눈망울을 상기하며 매일 괴로워한다. 그가 찾아낸 돌파구는 달리기. 가족들과 함께 달리며 김동수씨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김동수씨 가족의 삶을 다룬 <이어달리기>는 2024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고효주 감독이 오랜 시간 애정을 들여 완성한 이 영화엔 세월호 생존자 가족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재건하는 과정이 담겼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프메세나상(특별언급)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이어달리기>는 2027년 초 개봉을 준비 중이다.

- 김동수씨 가족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잡지에서 우연히 김동수씨 가족의 사연을 접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해선 단원고 학생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김동수씨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이자 구조자였다. 침몰하는 배에서 생존자를 구조할 마음을 먹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컸다. 김동수씨 가족은 제주에 거주 중인데 당시 내가 제주MBC PD로 일할 때라 곧바로 찾아갔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김동수씨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일상을 좇다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다.

- 2019년 촬영을 시작해 언제 작업을 마무리했나.

촬영은 5년, 편집은 1년이 걸렸는데 밀도 있게 작업한 시간은 길지 않다. PD 생활과 병행하느라 본격적인 촬영은 주말에나 가능했고, 방문했을 때 김동수씨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식사하고 이야기만 나누다 오는 경우도 많았다. 오래 시간 함께하다 보니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김동수씨 가족을 무척 좋아하고 존경한다. 곁에서 지켜보면 본래 주변을 잘 챙겨 세월호에서도 당연히 사람들을 구조하러 뛰어들었겠다 싶었다.

- 제16회 전주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촬영을 마치고 몇달에 걸쳐 러프컷 작업을 했는데 김동수씨 가족과 워낙 가깝게 지내다보니 장면을 드러내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에 지원했고, 배급사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덕분에 균형 잡힌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 배급사 추천으로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에 지원했다고.

개인 작업이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기뻤고 자신감도 생겼다. 수상 상금으로 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힘도 얻었다. 4·16재단이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한국 사회를 고민하는 곳이라 수상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서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완성했다.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에서 수상한 덕에 좋은 기회도 이어졌다. 나처럼 혼자 작업하며 고민하는 분들에게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을 통해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

- 전주프로젝트와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수상 이후 후반 편집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건 무엇이었나.

첫째로 김동수씨의 고통을 충분히 설명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참사에서 유족의 상실감이 너무 크기에 생존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김동수씨도 자해를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영화에 잘 담고 싶었다. 둘째로 김동수씨의 태도가 딸들에게도 이어졌음을 보여주려 했다. 세월호 이후 두딸은 과거의 아버지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단원고 학생들 또래인 예나씨는 아버지의 방식을 부정하거나 비관하는 대신, 사람을 살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소방관이란 직업을 택했다. 한국 사회에는 여러 참사의 생존자들이 있다. 두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대부분 6·25 전쟁의 생존자이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참사 생존자의 문제는 타자화될 때가 많다. 언젠가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기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버지와 자식 세대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며 이 문제를 짚고 싶었다.

- 가족들의 인터뷰를 보이스오버로 처리했다.

사람 얼굴이 갖는 힘이 커서 인터뷰 영상이 그대로 들어가면 인물별로 이야기가 분절되더라. 그래서 하나의 사건을 논하되 김동수씨와 아내 김형숙씨, 딸 예람·예나씨의 목소리를 섞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배치했다.

- 김동수씨는 자신의 고통을 버틸 방법이 달리기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딸들과 함께 달리고 마라톤에 나가는 모습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뛴다. 말하자면 김동수씨 가족이 찾아낸 돌파구가 달리기인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참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감각하는 방식이 세대를 거쳐 계승됐음을 김동수씨 가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이어달리기>로 결정했다.

- 내년 초 개봉을 앞뒀다. <이어달리기>를 만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트라우마에 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생존자의 트라우마는 상대적으로 잘 언급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살아남았으니 됐다’고 말하지만, 살아남았기에 시작되는 고통도 있다. 참사 생존자의 고통도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참사를 마주한다. 그들을 단순히 희생자로 치부하면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의 아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린 간발의 차로 살아남았을 뿐이다.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긴다면 사회의 위험 요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변화를 통해 더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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