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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철완 아톰과 어린 왕자로부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칸 인터뷰
김혜리 2026-06-11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SF라니, 흡사 라멘집에서 파스타 메뉴와 마주친 양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작 <상자 속의 양>은 죽음과 애도를 성찰한 <환상의 빛>과 <원더풀 라이프>, 휴머노이드의 눈으로 인간을 응시한 <공기인형>, 노력으로 형성하는 유닛으로 가족을 바라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브로커>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친숙한 칸 경쟁부문에 귀환한 고레에다 감독은 5월18일 칸 베르트랑 르팽가의 한 정원에서 기자들과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를 가졌다. SF 장르와 로봇이라는 키워드에 사로잡힌 질문들에, 그는 인간의 현재를 강조하는 답으로 응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 <상자 속의 양>을 보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부터 개러스 에드워즈의 <크리에이터>까지 어린이 모습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떠올렸다. 기존 영화들의 어린이 휴머노이드 묘사와 차별되는 시도가 있었나?

많은 기자들이 <A.I.>를 언급하는데 나는 일본에서 <철완 아톰>을 보며 자랐고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철완 아톰>은 우리 세대에겐 거의 신이었다. 매주 빠짐없이 챙겨 봤다. <도라에몽>은 초등학교 졸업 무렵 연재가 시작돼 고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한 발짝 떨어져 즐기는 정도여서 TV애니메이션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도 만화책 전권을 소장했고 몇몇 에피소드는 매우 심오했다. <상자 속의 양>은 휴머노이드의 관점보다 휴머노이드를 자기 삶에 들이고 싶어 하는 인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휴머노이드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다시 떠나보낼 수 있는, 어찌 보면 연약함에 해당하는 인간의 감정을 통해 인공지능에겐 없고 인간에게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다루고 싶었다.

- 휴먼 스토리로 명성을 얻은 감독으로서 조금 위험한 시도는 아닌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테크놀로지를 전제하고 있음에도 <상자 속의 양>이 여전히 인간적인 스토리라고 보나?

죽은 자를 살려내는 설정의 미래 영화들도 있지만 <상자 속의 양>은 머지않은 미래가 배경이다. 따지고 보면 부모와 휴머노이드 아이로 구성된 유사 가족이 어떻게 맺어지고 헤어지게 되는지에 관한 스토리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거대한 작품이 아니라서 모험이라고 생각진 않았다.

- 카케루(구와키 리무)가 인간과 구별하기 힘든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주인으로부터 30m 이상 떨어지면 꺼지는 가전제품으로 설정돼 있어 흥미로웠다. <A.I.>의 데이빗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지만 카케루는 극 중 인물에 의해 다마고치나 룸바에 비교되기까지 한다. 이 캐릭터의 기계다움과 인간다움의 비율을 어떻게 정했나?

인간형 로봇이 실제 사람과 점점 닮아가고 효율을 제고하면 인간은 점점 더 로봇에게 일을 맡길 테고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하여 최후에 인간에게 남는 로봇과의 차이는 무엇일지가 나의 질문이었다. 답은 상상력이었고 영화 제목도 그렇게 정해졌다. 부부가 정원의 레몬나무와 올리브나무에 물을 주는 장면에서 그들은 상상으로 아들을 되살아나게 하는 중이다. 그 모습이 내겐 가장 인간답고 아름답다.

- 카케루는 극 중에서 죽은 아들의 대신이 아니라 부모로 하여금 상실을 직면하게 하는 도구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제목의 <상자 속의 양>에서 소년 로봇은 ‘상자’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좋을까?

과연, 로봇은 상자 격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볼지는 인간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부모도 카케루도 모두 구조물을 짓고 생각을 구축한다. 가족을 지어 올린다는 의미도 들어 있나?

엄마와 아들은 서로 영향을 주며 각자의 집과 삶을 지어나간다. 그러나 이는 둘이 반드시 동일한 집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부모가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이 부모의 집을 떠나 그들 자신의 집에서 사는 걸 보게 된다.

- 얘기한 대로 근미래를 다룬 영화라서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성을 유지하는 것? 서로의 유대를 지키는 것? 내 눈에는 극 중 가족들 사이에 진정한 교류가 없어 보였다.

내가 보기에 미래의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상상력, 두 가지를 지키는 일이다. 휴머노이드 소년을 받아들이면서 이 가족은 새로운 감정과 로봇에게도 사과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다. 비탄을 수용하고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한편 그와의 이별은 상상력과 가족구성원간의 소통 능력 회복과 관련이 있다.

- 영화의 제목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내용에서 가져왔다.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어린 왕자>를 읽어주나?

일본에도 팬이 많은 책이다. 나는 엄마가 죽은 아이에게 했듯 휴머노이드에게도 잠들기 전 동화를 읽어줬으면 했고, 동시에 그 책이 상상력이 없는 휴머노이드로선 이해할 수 없길 바랐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떠올랐다. 어릴 적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상자 속에 양이 들어 있다는 내용은 분명히 기억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파리의 <어린 왕자>전문점에서 스노글로브를 사기도 했다.

- 극 중에서 일종의 로봇 봉기 같은 장면이 나온다.

생성형 AI들이 자기들끼리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최근 봤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서로 대화하는 그들이 과연 지극히 모호하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인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데 관심이 있을까? 한층 자연스러운 다른 존재와 소통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인간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다.

- 어린 배우들의 좋은 연출자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캐릭터가 로봇이라 오디션에서 어떤 자질을 가진 소년을 찾으려 했나? 연기 준비에도 특별한 훈련이 필요했나?

(구와키 리무의) 연기 좋지 않았나? (일동 수긍) 보통 오디션에서는 인간미를 찾는데 이번만큼은 다른 자질을 찾아야 했다. 오디션에 온 아이들에게 로봇인 척해보라고 주문했다. “로봇처럼 걸어보세요. 배터리가 다 된 척해보세요”라는 주문을 잘 완수하면서도 즐기는 소년을 찾고자 했다. 대개의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니까. 계속 움직이는 아이들은 인간 어린이 역할을 따냈다. (좌중 웃음) 아무리 오디션을 마치고 놀라고 타일러도 계속 숨바꼭질을 하려는 소년이 있었는데 결국 영화 속에서도 숨바꼭질 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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