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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잘 성장할 어린 나무처럼 - <상자 속의 양> 배우 구와키 리무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6-06-11

10대 이전에 장편영화에서 주연을 맡고, 10살 되던 해에 그 작품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일본 배우 구와키 리무가 그 흔치 않은 사례다. 9살이던 지난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 속의 양> 속 휴머노이드 카케루를 연기했고, 올해 5월 칸영화제에서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레드카펫을 밟기 전 ‘오늘이 구와키 리무 배우의 생일입니다’라는 공식 발표가 들려왔다. 그 말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었다. 칸에서 좋았던 기억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역시 생일 축하를 받았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카케루 역을 맡기까지 구와키 리무는 5~6번의 오디션을 보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아이다!’라고 느꼈다지만, 그가 긴장한 순간은 없었을까. “마지막 오디션에 들어갔을 때 유명 코미디언인 다이고씨가 계셔서 깜짝 놀랐다.” 극 중 카케루가 아빠 켄스케(다이고)과 터놓고 소통하는 욕실 신의 대사를 주고받으며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자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라고 그는 회고했다. 그렇게 역을 따낸 뒤에도 구와키 리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을 정도로 배우란 자의식이 여물지 않을 만큼 어렸다. 그러나 진지한 테마와 현장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영화 촬영 첫날에 처음으로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괴물> 등 자신의 영화 세계에 아이 캐릭터를 자주 등장시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기에 특별한 주문이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구와키 리무는 그런 건 없었다고 말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그냥 너답게 하면 된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렇게 연기를 했다. 스스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도전을 해봤다”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첫 등장부터 휴머노이드이자 아이라는 중첩된 캐릭터를 섬세한 뉘앙스를 담아 연기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휴머노이드로서 눈을 뜰 때와 감을 때의 미묘한 눈빛이다. “카케루가 충전기에 앉아 눈을 감는 연기를 할 때는 이제 충전이 시작된다는 상상을 했고, 눈을 뜰 때는 엄마나 친구가 나를 깨운다는 상상을 하면서 눈을 떴다.” 소년은 당시를 떠올리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가며 눈을 슬며시 감았다 떴다.

구와키 리무는 인터뷰 도중 고심 끝에 어렵다는 말을 곧잘 했지만, 촬영 현장에서만큼은 오롯이 주변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배우였다. 영화의 포스터로도 표현된, 카케루가 큰 나무를 껴안는 장면은 히로시마현에 있는 일본의 국가기념물인 ‘구마노의 큰 토치나무’와 촬영했는데, 그때를 회고하며 “나무를 안았을 때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마치 시간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마치 성숙한 성인 배우의 대답처럼 들렸다.

학교에 가면 구와키 리무는 또래 친구들처럼 피구와 축구를 자주 한다. 여느 일본 소년들처럼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영화 <슈퍼 마리오>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같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도 즐겨본다. 다만, 좋아하는 배우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에 출연했던 히이라기 히나타를 제일 먼저 꼽았다. 그리고 <상자 속의 양>에 함께 출연한 배우 아야세 하루카, 다이고를 좋아하는 배우 목록에 추가했다. “아야세 하루카씨처럼 아름답고 마음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고, 다이고씨처럼 상냥하고 멋진 사람, 그리고 히이라기 히나타씨처럼 암기력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경찰이 나오는 작품에 도전하고 싶고 다이고씨처럼 코믹한 연기도 해보고 싶다.” <상자 속의 양>으로 이제 막 첫 작품을 완성한 이 배우는 아직 두 번째 영화 출연은 결정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드라마 촬영 중이다.

수백년이 넘은 거목을 껴안았을 때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듣고 구와키 리무는 “시간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문학적인 표현을 썼다. 그리고 “굉장히 단단해서 과연 잘 성장한 나무구나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섬세한 언어를 구사하는 구와키 리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생각했다. ‘이 소년은 앞으로 잘 성장할 배우구나’라고.

FILMOGRAPHY

영화

2026 <상자 속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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