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부터 TV드라마에 얼굴을 비춘 소녀가 20살이 되어 말한다. 배우로서 감각을 유지하려면 일상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매일 학교에 가지 않게 되고부터 감정 기복이 심해졌어요. 교실 자리에 앉으면 강제로 배역과 떨어질 수 있잖아요. 그때 마음을 리셋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2025년 가을 연극 공연을 앞둔 이토 아오이가 한 인터뷰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그러니 성인이 되고나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외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는 그는 나름의 지혜로 연기 인생 2기를 열어젖히는 중이다.
이토 아오이가 관객에게 처음 각인된 건 제40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한 <행복 목욕탕>에 출연하면서다. 그가 성인배우들과 곡진한 케미스트리를 빚을 수 있었던 데는 나카노 료타 감독의 특훈이 한몫했다. 감독은 어머니 역의 배우 미야자와 리에와 딸 역의 이토 아오이가 한달 반가량 메일로 소통하며 하루 일과를 주고받게 했다. 촬영 전부터 서로를 가족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0살이 채 안된 나이였지만, 수년간 지속해온 연기의 재미를 그제야 느끼기 시작했다는 이토 아오이는 그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거라고 단언했다.
중학생이 되어 잠시 연기를 쉬기도 했지만 연예계에 발 들이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무대로 복귀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원하는 삶 또한 거기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그 뒤로 만난 작품이 <실종>.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선 딸 카에데 역에 오디션장에서 본 이토 아오이를 “즉결” 낙점했다고 한다. 그에게서 엿보인 “오사카 사람의 생명력”은 촬영장에서 빛을 발했다. 감독은 수많은 테이크에도 의문을 표하지 않고 카메라 앞으로 돌아온 배우 덕에 결국 “카에데의 해상도가 올라갔다”고 회고했다.
약불로 끓다가 냄비 바닥까지 태우고야 마는 근성이 폭발하는 신은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에서 꼽고 싶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아이를 짝사랑하는 대학생 사키는 그의 시선이 다른 누군가를 향해 있다는 걸 눈치채고 나서 7분가량의 긴 독백으로 마음을 고백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너무 친해져도 안되고, 자기 감정을 너무 숨겨도 안된다는 걸 내 사례를 통해 배워.” 태생이 밝아 웃음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물기 어린 눈동자를 감추지 못하는 그 표정은 롱숏에서도 선명히 보인다. 다음 장면들에서는 여백으로 현현하지만 그 인물의 눈가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다. 일상을 짓는 행위로써 연기의 매력을 알아차렸다는 그가 또 어떤 생활의 발견을 체화할까.
영화
2024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2023 <큰 양파 아래에서> <세상의 끝에서>
2022 <사랑은 빛>
2021 <실종>
2018 <카사네 : 빼앗는 얼굴> <갱구스>
2016 <행복 목욕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