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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3호 [스페셜] 한국영화를 위한 새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돌아온 2025 포럼 비프(Forum BIFF) ②
김소미 사진 박종덕(객원기자) 2025-09-19

민규동 감독의 기조발제로 포문을 연 ‘섹션 B. 한국영화를 구하라 -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30년 성장의 명암 진단’의 첫 번째 세션 ‘1996 플래시백: 한국영화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에선 한국영화의 위기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는 각론이 팽팽하게 부딪쳤다.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끈 제작자 이준동차승재, <리볼버<무뢰한>의 제작자 한재덕, <씨네21> 김성훈 디지털콘텐츠 본부장과 안시환 영화평론가, 주유신 영산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기조 발제 및 전체 패널 토론 내용을 축약하여 전한다.

민규동 사업성은 트렌드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예술의 순수성은 시대를 관통하고 불멸의 지위를 갖게 된다. 문학,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적 지위를 가진 매체와 비등한 지위를 겨우 130년만에 획득한 영화에서 더 이야기되어야 할 중요한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 영화의 위기인가, 아니면 한국영화의 위기인가 우선 구별해보고 싶다. 넓게 보면 우리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내부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리 손 안에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시환 현재 우리를 설레이게 하는,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한국영화 얼마나 있나. 최근 주목받는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 영화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이후로 20년 이상이 흘렀는데 새로운 감독이 전혀 업데이트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위기의 징표다.

김성훈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영화 산업이 지난 3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 모슨을 방치한 결과다. 지금의 한국영화는 쉽게 말해 원금 보장조차 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이다. 올해 초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중앙의 합병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합병으로 인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도미노처럼 산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도 든다.

이준동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고질적 요인부터 팬데믹 위기 관리의 실패라는 작금의 요인까지 정확히 살펴야 한다. 관객이 극장에 오기 힘든 상황에서 티켓값을 올렸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시장에서 벌어진 것이다. 산업과 정부가 패착에 빠진 것이고 지금이라도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이 결국 대기업만 먹여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선 급한 불을 꺼야한다. 창작자 중심으로 재원이 효과적으로 융통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영화보증금고 등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장기적 시선은 병행한 산업적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승재 당분간 신규 투자가 없을테고 한동안 정부 지원책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중요한 것이 영화·영상산업의 변화에 맞춘 거버넌스의 재편이다. 이 지점에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이창동 감독님 신작이 극장에서 개봉을 할까?

이준동 기본적으로는 넷플릭스의 방침을 따르겠지만 현재 극장 개봉도 요구하고 있다. 일정 기간의 제한적인 상영 정도로.

차승재 이 질문을 한 이유는, 현재의 영비법상(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가능한 사랑>(가제)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를 재정비, 확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TT의 세금 문제도 바꿔야 한다. 법이 시장 질서의 재편을 못 따라가고 있다. 새 영상진흥법이 필요한 것이다. 정책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소한 아시아 안에서 서로 연대감을 갖고 싸워야 하는 것 아니겠나. 한국이 처음부터 그걸 만들어가야 하고.

주유신 4년 전 내가 가르치던 영화과가 웹툰과로 바꾸었다. 너무 창피해서 한동안 명함도 안 들고 다녔다. 다만 나는 연구자로서 OTT에 대한 입장이 조금 다르다. <폭싹 속았수다> <은중과 상연> 보면서 최근 영화들에선 느끼지 못한 통절함을 경험했다. 창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충분히 만들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수용성 높은 플랫폼에서 관객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OTT 자체의 문제라 할 수 있나. 제작비 여건이나 자유 면에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다. 지금 만연하게 논의되는 한국영화의 위기는 오히려 극장의 위기가 아닌가.

차승재 배우들의 개런티를 올린 것이지 일반 스태프는 여전히 별반 다를 바 없다. 한국은 제작 수수료 6~7% 정도를 제작사가 가져가는데, 일본은 통상 15%는 된다고 한다.

이준동 그건 작품마다 다른 것같다. 가령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든 황동혁 감독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일 거다.

차승재 장관 출신인 이창동 감독님은 몇 퍼센트인가. (웃음) 벌써부터 속이 상한다.

이준동 그건 지금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고, 아까 말한 것처럼 현재 한국영화의 위기를 글로벌 OTT 문제로 소급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

주유신 한국영화의 내적,질적 문제도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여성 관객으로서 조폭, 형사, 검사만 나오는 한국영화들에 피로감을 느껴왔다.

한재덕 그 조폭 , 형사, 검사만 나오는 영화들 내가 만들었다. 한국영화에 암적인 존재가 된 것만 같다. (일동 웃음)

주유신 <무뢰한>은 정말 좋아한다.

한재덕차승재 대표 뒷꿈치보며 따라왔던 프로듀서였던 내가 이 자리에 나오는 게 맞는가 싶다. 솔직히 말하면 곧 제작 영화가 20편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살아남기 급급하다. 얼마 전 크랭크인한 염정아, 차주영, 김혜윤 주연의 <랜드>는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적금을 깼고, 배우들도 출연료 문제에서 많은 배려를 해줬다. 투자를 위해 시나리오 고치다보면 작품이 결국 둥글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OTT 제작 수수료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라도 벌어서 극장에 거는 영화 기획개발하려고. 나도 근사한 예술영화하고 싶다.

차승재 근본적으로 OTT는 늑대인 창작자, 제작자를 강아지로 만드는 제도다. 과거 제작자들은 대기업도 물어뜯었다.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시대가 그렇게 하도록 해줬다. 창작자, 제작자들이 야성을 갖게해 준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영화인이 그 본성 잃게 만든다. 산업적으로 내적 동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이 합쳐져 덩치를 키우는 방안도 있다. 재원이 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신인감독 전용의 중저예산 영화 펀드 등 특정 목적성을 명기한 펀드도 필요한데 정부가 탁상공론을 하니 날렵한 해법이 나오질 않는다.

이준동오늘 이야기를 모아보면 현재의 불공정한 계약들을 바로잡아 나가는 거버넌스의 재편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관객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한국영화가 나와주어야 한다. 글로벌 OTT 외에 한국영화의 희망이 있다는 사례가 필요하다. 나 또한 다음에 넷플릭스와 계약할 때 이번과 같은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함께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극장이 살아야 한다.

안시환 거버넌스의 재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상 다 좋다. 다만 과거에 영화 산업의 힘이 강해서 거버넌스 재편을 통해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었던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김성훈 그렇다. 영화 산업이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현실을 영화계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스크린쿼터 때처럼 명확한 적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협상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안시환 지금은 영화계도 많은 걸 양보하고 내놓아야 할 때다. 제작자들의 이해관계도 모두 첨예하게 달라졌다. OTT도, 코로나19도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한국영화 산업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내부적 문제가 폭발한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영화계 주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조금씩 양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동안 왜 반목해왔는지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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