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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발의 밑창이 닳도록 -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김용진 감독

<뉴스타파>가 제작하고 김용진 기자가 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이 4월24일 개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에 의해 언론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강압적인 수사 과정이 영화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연출을 맡은 김용진 기자를 만나 이번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개봉을 앞두고 텀블벅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과 <뉴스타파> 후원자 등 일반 관객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관객 반응이 어땠나.

기대보다 재미있다고 하길래 내가 되물었다. 대체 기대를 어떻게 했길래. (웃음) 탐사보도 기반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일반 뉴스와는 차이를 느끼며 봤다고 하더라.

- 영화 크레딧의 제작사명에 ‘뉴스타파 필름’이라 표기됐다. 이 영화가 직접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몇 번째 작품인가.

연출을 맡은 건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이후 두 번째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 축하를 하길래 백년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의무감에 만들었다. 이때부터 영화사업부 ‘뉴스타파 필름’을 만들었다.

-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날, 국회에 진입한 군인에 맞서는 시민들의 모습, CCTV에 담긴 <뉴스타파> 기자들의 당일 모습, 기자들의 후일담 인터뷰 등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한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뉴스타파> 등 언론사 압수수색을 시작한 시기는 훨씬 이전이지만, 지난 4개월간의 상황이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의 불씨가 되었던 것인가.

그렇다. 작품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뉴스타파>는 2019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때부터 꾸준히 아카이브 차원의 기록물을 남겨왔고 또 뉴스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계엄 전에 이미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인 정재홍 작가와 함께 그간의 자료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해 무언가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검찰에 의한 <뉴스타파>의 침탈이 사실상 불법 계엄의 전조이자 시작점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새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화에 <뉴스타파>와 윤석열간의 대립, 그리고 계엄에 동원할 사람들을 모집하던 과정, 두 타임라인이 모두 들어가게 됐다.

-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생경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주목해서 보게 될 장면이 압수수색을 하는 실제 상황일 것이다. 2023년 9월14일, <뉴스타파> 본사 5층 뉴스룸과 한상진 기자의 자택 수색 장면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압수수색을 당해보지 않았다면 그 공포를 절대 알 수 없다. (웃음) 수색 장면을 넣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압수수색이란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 보통 한해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50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중대 범죄를 대상으로 할 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분명히 오남용되고 있다.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은 주요 증거가 보도된 기사 자체인데 왜 기자의 사생활이 담긴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압수하는가? 압수된 전자기기에서 빼낸 정보를 검찰이 어떻게 활용할지 우린 알 수가 없다. 또 이번에 직접 당해보니 경찰이나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서면에 이미 자기들 마음대로 상상을 보태서 이유를 써놓고는 영장을 청구하는 거다. 예를 들면, “김용진이 이러이러한 마음을 먹고 행동했다” 라고 쓰는 거다. 이런 영장을 보고 법원이 기계적으로 발부해버리면 압수수색 영장 자판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청구된 영장으로 인해 압수된 디지털기기는 이른바 검찰의 디지털 캐비닛 안에서 정보로 쌓이게 된다. 빅브러더의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 압수수색 현장에서 보이는 수사관, 검사들의 태도도 기준이 없어 보인다. 압수품목이라고 했다가 항의하니 안 가져가겠다고도 하고, 또 눈앞에서 압수품목이 아닌 정보도 가지고 간다.

그렇다. 현장에서 검사의 재량 범위가 너무 넓고 어떤 규정이나 원칙이 명확히 안 정해져 있다.

- 2023년 12월14일 <뉴스타파> 회원의 밤 행사에서 “이기는 경험을 축적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극 중 다른 기자는 “싸우는 과정이 정의로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정의롭게 이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하고 전생에 어떤 악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권력 감시를 소명으로 하는 탐사보도 매체의 기자 입장에서 그가 왜 공직자에 적합하지 않은지 검찰총장 청문회 때 이미 더 강하게 문제제기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그가 재임하던 기간에 한국 사회의 갈등이 너무 심화됐고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경험했다. 나는 우리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비상계엄 이후 추락한 한국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과정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검찰은 시키는 대로 하는 기술자일 뿐이다. 조직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바꾸고 해체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언론은 어떻게 할 거냐.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새로운 공화국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시급한 과제가 언론이다. 사실 이런 내용을 영화에 더 담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면 너무 언론비평 영화처럼 될 것 같았다.

- 평소에 극장은 자주 가는지,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궁금하다.

대학원에서 탐사보도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대통령의 사람들> <더 포스트> <스포트라이트> 같은 영화들은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꼭 보라고 언급한다. 난 그중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제일 괜찮더라. 기자들의 취재 환경을 현실감 있게 잘 반영했다. 학생들에게 옛날 저널리즘 영화와 요즘 영화를 비교해보라고 에세이 과제를 낸다. <대통령의 사람들>과 <스포트라이트>의 공통점은 현장 취재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신발 밑창이 닳도록 현장을 돌아다니는 게 정말 중요하다. 차이점은 데이터다. 다른 시대의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문서를 추적한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추적한 문서의 데이터를 엑셀 작업한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설명하기 위해서 영화를 언급하는 거다.

- 영화의 엔딩에서도 언급하지만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기소는 언제쯤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나.

길게 보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3일, 그 난리가 난 이후의 법원 스케줄을 보면 원래대로 계속 진행 중이다. 법원의 세상은 완전 다른 세상이다. 서울중앙지법 4층 법정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같은 층 다른 법정에서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그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뉴스타파 필름의 차기작은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의 속편일까, 아니면 다른 기획일까.

누가 속편을 만들게 되면 부제를 내란의 종결로 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진다면 그 내용으로 속편을 고민해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승호 PD가 4대강 관련 영화를 제작 중이다. 이번 영화의 속편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떤 주제든 우리는 영상 기반의 탐사보도 매체니까 재료는 많이 축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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