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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도 자유롭게, <씨네21>이 추천하는 단편영화 7선
씨네21 취재팀 2025-04-25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추천과 <씨네21> 기자들의 지지 사이에서 어렵게 선정한 7편의 단편영화를 소개한다. 앞서 인터뷰로 만난 단편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

<마이디어>

감독 김소희, 전도희/출연 전도희, 김민철/25분/2023년

대학교 4학년생 가을(전도희)에게만 졸업 작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학우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이라 교수가 청각장애가 있는 가을을 ‘배려’해준 것이다. 고민의 나날을 보내던 중 화제의 AI 앱 ‘마이디어’를 호기심에 설치한다. 새 친구로 생기 돋던 일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막해진다. 졸업 작품 팀에서 빠지게 되고 앱의 자막 기능마저 사라지자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보려 한다. <마이디어>는 청각장애인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어긋나는 소통과 은근한 배제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누군가를 밀어내는 ‘착한 차별’의 단면. 그러나 영화는 끝내 연결의 가능성을 믿는다. /이유채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감독 노경무/목소리 출연 엄상현, 정유정, 이용녀/30분/2023년

저출생을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이 드디어 마련됐다! 바로 남성 임신! 남성 임신 기술 개발은 열번의 시험관 임신을 도전했으나 쓰라린 결과를 맛봐야 했던 강유진, 최정환 부부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임신을 아내의 일로만 여겨왔던 정환에겐 더더욱 그렇다. 현실 속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 느낀 심리적 부담감과 두려움을 그대로 복제한 장면들은 남편의 낯선 입장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각성하게 만든다. 결국 부부는 임신에 성공한다. 심지어 유진과 정환 둘 다다. 어쩌다 두 부부가 동시에 아이를 품은, 예측 불가능하고 골 때리는 장면은 다음 챕터의 문을 열면서 관객에게 사유의 공간을 마련한다. /이자연

<트랙_잉>

감독 이찬열, 조한나,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프/23분/2024년

조한나 감독의 <트랙_잉>은 서로 다른 두 나라,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달리는 기차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다르고 기차를 구성하는 구조와 인테리어, 사람도 모두 다르다. 대체 이 작품은 무엇을 보여주는 영화인가,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네모난 박스 이미지가 등장해 눈앞의 현실을 부연 설명한다. 사물을 정의하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하는 와중에 두 나라의 이미지를 이어주는 혹은 다름을 이해할만한 이야기들이 4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텍스트/자막이 되어 화면을 메운다. <퀸의 뜨개질>로 주목받은 조한나 감독이 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3명의 감독들, 이찬열,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브 감독과 함께 공동 연출한 작품이다. /김현수 영화칼럼니스트

<라스트씬>

감독 황재필, 김효준/출연 장재희, 윤진, 장은서/34분/2024년

중학생이 된 아역배우 성미(장재희)는 상업영화 경험이 풍부하다. 돈이 안되는 영화는 출연을 고사하는 편이지만, 친구의 부탁으로 용돈벌이 겸 단편영화에 합류한다. 하지만 현장은 영화 지식이 전무한 이들로 가득한 오합지졸 그 자체. 설상가상으로 감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성미는 졸지에 연출까지 맡아야 할 처지다. 주인공이 지역 독립영화의 처절한 현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재치 있게 담았다. 누구도 보지 않는 작은 영화들에 따뜻한 연서를 보내는 태도가 미덥다. 모든 영화는 함께 울고 웃으며 기어코 완성된 시간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최현수

<스위밍>

감독 서새롬/목소리 출연 카우타르 크라예, 가니카리, 누하 알나즈마/12분/2023년

2102년 중동 지역의 어느 미래 도시, 끝없는 자극과 즐거움을 바라던 인류는 타인의 무의식을 탐험할 수 있는 ‘무의식 소셜 네트워크’ 이른바 ‘스위밍’을 즐기기 시작한다. 청년 나빌은 옛 연인인 듯한 마디의 무의식을 파헤치기 위해 불법 스위밍을 자행하는 ‘블랙 다이버’를 찾고, 마디의 무의식에 침입하게 된다. <스위밍>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무의식’이란 추상을 호기롭게 구상화한 애니메이션이다. SNS가 자아의 대체이자 표상으로서 꿈틀대는 작금의 시대, 그나마 아직까진 남의 겉면만 보고 있는 듯한 이 상호교환의 체제가 언젠가 혹은 곧 <스위밍>의 세계로 진입할 것이란 소스라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우빈

<아무 잘못 없는>

감독 박찬우/출연 한기옥, 전민우, 박일용, 이지영/40분/2023년

모든 집이 안락함의 공간은 아니다. 주인공인 여중생 도윤(한기옥)에겐 더욱더 그렇다. 검도 특기생으로 체고에 가려는 도윤은 늘 가족이란 덫에 얽매인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엄마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고, 동생 지후(전민우)는 손을 다친 채 보호자를 필요로 한다. 아버지(박일용)는 도윤에게 항상 지후를 돌보고 집을 챙기라고 말한다. 이 무관심과 압박의 시공간에서 도윤은 혼란스러워하고, 가족을 미워하기도 한다. <다섯 식구> <국가유공자> 등으로 꾸준히 가족 내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감정의 드라마를 펼쳐온 박찬우 감독은 <아무 잘못 없는>에서도 가족이란 삶의 대주제를 두고 유장한 속도의 극을 풀어낸다. 가족이란 이름의 빛과 어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응어리를 매만진다. /이우빈

<타인의 삶>

감독 노도현/출연 최희진, 노재원, 김해나/25분/2022년

규호(노재원)는 작가 영현(최희진)의 인터뷰 제의에 흔쾌히 응하며 그의 작업실로 향한다. 그러나 규호는 영현으로부터 그의 친한 친구 민주가 앞서 인터뷰이로 참석했으며, 자신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오직 영현만 규호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화 내내 규호는 영현이 건네는 최소한의 정보를 토대로 민주가 자신을 싫어하게 된 이유를 추측해나간다. 단편 <스타렉스>로 주목받은 노도현 감독의 두 번째 단편이다. <스타렉스>가 두 주인공을 깊이 파고드는 형식을 취했다면 <타인의 삶>은 둘의 담화를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해 프레임 밖의 인물로 관심을 돌리는 독특한 방식을 택한다. 감독의 노련함이 한층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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