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디아스포라 이미지-텔링, <트랙_잉> 조한나 감독

조한나 감독이 다른 3명의 감독과 공동 연출한 <트랙_잉>은 새로운 유형의 영화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갖고 살아온 4명의 연출자가 모여 만든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엮었다. “학교가 맺어준 인연으로 공동 작업을 하게 됐는데 20가지 넘는 기획이 꾸려지다가 자꾸만 엎어지는 과정을” 거친 감독들은 회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쇼츠 영상을 만들어내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인트로에서 머무르면서 작업이 진행되지 않자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했던 텔레그램 메시지, 번역기를 거치며 오갔던 텍스트들, 화상회의 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등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조한나 감독은 두 나라의 서로 다른 기차의 이미지와 화면을 가득 메우면서 등장하는 텍스트 등으로 영화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 조각들을 나누던 우리의 공간”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트랙_잉>만의 “UI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트랙_잉>은 전통적인 영화의 구성 요소로 이뤄진 작품이 아니어서 장르를 구분하거나 명명하는 것도 어렵다. 평론가들마다 저마다의 언어로 새로운 유형의 영화의 목도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 작품은 영화의 전통적인 프레임을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처럼 활용한다. 영화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충돌은 그 자체로 새로운 <트랙_잉>만의 프레임/공간을 형성한다. 영화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텍스트 중에서 86년 동안 달리는 기차를 설명하는 부분은 카자흐스탄이란 낯선 나라에 강제 이주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낯선 나라 의 기차를 타고 느낀 것은 “출발지는 있지만 내릴 곳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감각, 어쩌면 영원히 기차에서 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감독에게 하나의 데이터가 되었다.

조한나 감독이 영화를 설명하면서 쓰는 어휘에서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영화는 “키워드를 생성하는 AI”를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AI가 인간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점점 AI를 따라하면서 살게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다. 또한 영화의 프레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텍스트는 AI를 거쳐서 만들어졌다. 한편의 영화에 공존하면 어색할 것 같은 요소들이 한데 모이는 것은 조한나 감독이 <퀸의 뜨개질>에서 보여준 표현 전략에 대한 고민과도 맥이 이어진다. 감독 자신의 정체성, 자아에 대한 고민을 매듭짓고 나아가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던 <뱃속이 무거워 꺼내야 했어> <퀸의 뜨개질>은 조한나 감독에게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세상을 다루기 전에 거쳐야 했던 작업”이었다. <트랙_잉>을 통해 공동의 협업까지 경험한 그는 최근에 4번째 작품을 완성했다. 자신의 고향 여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우리 단지>는 여수의 산업단지에서 일해온 근로자들의 삶과 유년 시절의 기억 등을 엮어 만들었다. 4월24일부터 시작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정례 전시인 <젊은 모색 2025>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