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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김소미 2024-11-21

아시아계와 라틴계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단연 발군의 성과를 보여준 작품은 18개 부문에서 수상해 역대 최다 수상작으로 등극한 <쇼군>이다. 디즈니+의 일본 에도시대 역사극에서 일본인 프로듀서 미야가와 에리코가 보여준 활약은 특정 문화권을 다루는 작품에서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현지 프로듀서가 “가능한 한 높은 직위에서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문화적 다양성과 대표성(representation)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나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가 올해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TCCF) 피칭워크숍의 멘토로 참가해 아시아 창작자들과 열띤 워크숍을 갖고 피칭 준비를 도왔다. 낭보 이후, 생애 첫 대만을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와 밝은 미래의 입구 앞에서 나눈 대화를 전한다.

- 미국, 대만 등 국제적인 프로덕션에서 폭넓은 작업을 해왔지만 <쇼군>은 처음으로 미국 제작사와 메인 프로듀서로 협업한 일본 시대극이다.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사일런스>의 경력이 <쇼군>에 합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를 다루지만 내게는 매우 다른 작품들이다. <사일런스>는 일본을 배경으로 대부분 대만에서 촬영한 영화였고, <쇼군>은 밴쿠버에서 촬영한 시즌1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일런스>의 주요 인물들은 서양인이지만 <쇼군>은 그보다 일본인의 관점이 많이 담겨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 10부작이라는 작품의 규모로 인한 상당한 업무량 그리고 일본인으로서 자국 문화가 진정성 있게 표현되도록 작품의 내적 요소에 더 깊이 참여해야 하는 부분에서 큰 자극을 받았다.

- 당신이 아시아 현지 프로듀서로 참여한 <사일런스>와 통역을 맡은 <킬 빌> 모두 일본 문화를 다루지만 이는 배경에 가깝다. <쇼군>은 일본의 역사가 곧 핵심 정체성인 작품인데, 프로듀서로서 이 차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그것이 바로 <쇼군>의 성공 요인이 아닐까. <쇼군>의 원작인 제임스 클라벨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 1980년대에도 존재했지만 거기서도 서양인 캐릭터가 중심이었다. 일본인 캐릭터 대사에는 자막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사나다 히로유키가 콜시트 1번이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매우 상징적으로 봐야 한다. 그들이 고려하는 것은 숫자와 시장성이다. 분명 위험도도 고려했겠지만 그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걸맞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 아시아계 작가진과 미국 FX 제작진간의 창의적인 결정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나.

쇼러너인 저스틴 막스가 이끌고 대부분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인 6명의 작가방에서 대사 한줄 한줄을 두고 치열한 검증을 거쳤다. 이들 모두 실제로 일본에서 살아본 경험은 없었지만 90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모으고 역사학자와 협력했다. 작가들이 대본을 쓰면 즉시 일본어로 번역해 나와 사나다(배우 겸 프로듀서도 맡았다.-편집자), 일본인 역사학자가 검토했다. 그리고 이후에 모든 대사를 일본인 극작가가 다시 다듬었다. 영어에서 일본어로 직역이 불가능한 부분을 옮기는 것이 관건이었다.

- 대사량의 70%를 일본어로 꾸렸다. 디즈니+ 스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관객을 타깃한 작품인데 스튜디오 임원진을 어떻게 설득했나.

원작 소설의 판권을 살 때부터 그들도 이미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다만 내가 처음 참여했을 땐 지금보다 영어 비중이 훨씬 높은 프로젝트였는데 쇼러너인 저스틴 막스의 힘이 컸다. 임원진은 처음엔 영어를 좀더 원했지만 이내 진정성 있는 정체성 구현에 대한 긴장감을 가졌고 결국에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 그리고 과감한 도전쪽으로 나아갔다. 특히 일본어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로 그 시대 여성 캐릭터들의 실제성 그리고 복잡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당연한 방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 신인배우 사와이 안나가 에미상 시리즈 부문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와이는 Apple TV+ <파친코>에서도 호연한 바 있다. 그가 거둔 성과가 당신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가.

10살 된 딸을 에미상 시상식에 데려갔다.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한 누군가가 그런 영예를 받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감격스럽고 감사했다. <쇼군>과 <파친코>로 세계가 일본과 한국의 이야기에 익숙해졌다. 하나의 문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그 문을 통과하면서 더 많은 문이 열릴 것이다. 정말 기대가 된다.

- 전통적인 일본 TV시스템과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을 모두 경험한 프로듀서로서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라고 보나.

예산이라는 명백한 차이점 외에도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개발 과정과 후반작업이다. 사람들은 우선 할리우드의 큰 세트장부터 떠올리지만 <쇼군>을 예로 들면 엄청나게 긴 개발 과정이야말로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쇼군>시즌2는 지난 7월에 작가방이 열렸다. 대본의 개발 과정만 1년 정도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속편의 경우 이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의견을 주고받고 허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다른 관점을 재고하는 데 이처럼 넉넉한 시간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쇼군> 시즌1은 후반작업에만 1년 반이 걸렸다.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사나다가 후반작업 마지막날 후시녹음을 수정하고 싶으니 하루만 더 달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 없지만 개발과 후반작업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본촬영만큼 많은 비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일본 제작진에게 대규모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바로 이 지점부터 바꿔나가자고 제언한다. 한편 글로벌 프로덕션에서는 자국 문화권을 대변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높은 직위에서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화의 중심이 되어 진정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단순한 자문가로 있으면 피드백을 꼼꼼히 확인할 수 없다. 많은 것들이 너무나 미묘해서 흑백논리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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