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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닿고 싶은 안간힘으로, <후레루> 나가이 다쓰유키 감독, 다나카 마사요시 캐릭터 디자이너, 오카다 마리 각본가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24-11-07

섬마을 삼총사로 유년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세 주인공이 성장해 도쿄에 당도한다. 세상은 부박해도 한집에서 복작거리는 아키, 료, 유타의 관계만큼은 순수하다. 이 모든 건 고슴도치를 닮은 미지의 생명체, 후레루의 능력 덕분이다.

<후레루>는 극 중 3인방처럼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를 공동작업해온 세 아티스트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서정적이고 섬세한 작화로 정평이 난 나가이 다쓰유키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국내 팬층을 확보한 다나카 마사요시 캐릭터 디자이너 및 작화감독,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를 연출한 오카다 마리 각본가를 만났다. 세 사람은 “서로를 위해 능력이 낙후되지 않도록 애쓰고” (오카다 마리), “3인의 조합일 때에 오히려 더욱더 긴장감을 가지면서”(다나카 마사요시), “방심하는 순간 두 사람이 멀리 가버릴 것 같아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나가이 다쓰유키)” 협업에 관해 들려주었다.

- 섬마을과 도쿄, 생생한 일상 풍경과 판타지적 무대가 공존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장소를 다룰 때 작화나 주제 면에서 신경 쓴 점은. 특별히 리얼리티를 강조한 공간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나가이 다쓰유키 세 주인공의 고향인 섬에서 시작해 이들이 성장한 뒤 도시로, 도쿄로 나가게 됨으로써 두 무대가 대조되길 바랐다. 섬마을이 추억의 공간이라면, 도쿄는 인물들에게 극 중 표현대로 신천지에 가깝다. 여러 기회를 도모하게 되는 새로운 땅인 한편 답답함도 함께 준다. 시선 위쪽은 항상 빌딩으로 하늘이 막혀 있는 느낌으로 표현했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섬에서 도쿄로 나아가는 동안 후레루에 얽힌 세 사람의 관계성도 변화한다. 세 사람이 도쿄에서 함께 사는 다카다노바바(와세다대학교 인근 동네) 인근은 취재를 통해 현실과 거의 똑같은 풍경을 담았다.

오카다 마리 실은 내가 원래 살았던 곳이다. 그래서 너무 재밌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함께 로케이션 헌팅을 다녔다.

다나카 마사요시 세 사람이 함께 사는 고민가(일본의 오래된 전통가옥)는 여러 형태의 고민가를 살펴보면서 중요한 특징들을 새롭게 배합한 결과물이다. 아키가 항상 이마를 천장에 박곤 하는데, 그런 천장 높이도 리얼리티를 고심하여 재현한 것이다.

- 거리두기가 화두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접촉하다, 닿다’라는 일본어 동사와 이름이 같은 생명체를 중심으로 <후레루>를 만들었다.

오카다 마리 SNS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소통에 대한 크나큰 이슈를 끌어안고 산다고 느꼈다. 우리 모두가 그 어려움 속에 있다고 말이다. 그러다가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기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이, 제각기 저마다의 이슈로 분열되어 있던 사람들이 난생처음 똑같은 고통을 한꺼번에 다 맛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경험이다. 그 가운데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오히려 더 접촉을 갈망하게 되는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이런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돌이켜보면 남자주인공 3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은 드물었다. 각각의 캐릭터적 특징, 차이와 조화를 위해 고려한 점은.

다나카 마사요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캐릭터의 인상만으로도 성격에 대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쓴다. 아키는 앞머리가 길어서 거의 눈을 가릴 듯한, 그로부터 풍기는 얌전한 성격을 드러내려고 했다. 료는 앞머리를 들어올려 진한 눈썹, 강한 눈빛, 까무잡잡한 피부가 확연히 드러나도록 했다. 리더십 있고 시원한 성격이다. 유타는 멋쟁이라고 할까, 머리에 이런저런 스타일링이 들어간 느낌을 냈다. 섬에서 도시로 온 뒤 열심히 꾸며보는 느낌을 주었다. 어린 시절과 비교해 외모가 가장 많이 변한 캐릭터가 유타일 것 같다. 어릴 땐 통통하고 수더분했는데, 크면서 살도 빼고 열심히 멋도 부리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인간미 있는 캐릭터가 유타가 아닌가 생각했다.

- 후레루는 고슴도치 같은 외형에 그보다 훨씬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생명체로 묘사되는데, 캐릭터디자인의 초기 구상 과정이 궁금하다.

다나카 마사요시 최초에는 후레루를 인간의 형태로 생각했다. 그러다 세 남자주인공에 인간 후레루까지 더해지면 결국 4명 구도의 이야기가 되는 건가, 싶어서 인간 아닌 다른 형태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웃음) 후레루는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같은 신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원시적인 이미지를 주었고 촉감적으로 부드럽고 유려한 느낌은 화면 안에서 움직일 때 가능한 한 애니메이션적 요소를 극대화하고자 함이었다. 후레루의 능력, 그리고 고슴도치라는 아이디어가 만나자 후반부의 클라이맥스에서 세 주인공을 ‘연결’한다는 모티프를 실로 표현할 수 있었다. 원래는 형태감이 있는 걸 상상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가느다랗고 투명한 실, 좀더 무형적인 것으로 결정됐다.

- 후레루를 통해 서로의 속마음을 느끼는 초능력을 갖게 되지만 <후레루>는 그 능력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인물들이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상대에게 다가가고 부딪치는 변화의 분기점으로 설정한 한 장면을 꼽아준다면.

오카다 마리 후레루의 거대한 위장 안에서 각자의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그때 오랫동안 속에 품었던 것들이 터져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보편적인 사고방식대로라면, 서로에게 독하고 신랄한 말을 쏟아내고 나면 관계가 어그러지기 마련일 것 같지만 세 주인공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쌓아온 세월들이 그들의 관계를 결코 쉽게,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지금껏 후레루의 능력을 통해 쉽고 평화롭게 관계의 지름길을 걸어왔다면 이제는 정석대로, 조금 힘겹더라도 서로를 더 소중히 대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후레루의 뱃속 장면에서 표현되길 바랐다.

- 왜 하필 위장 속인가.

오카다 마리 일본에서는 사람의 속마음을 배에 비유하는 관용어가 많다. 뱃속이 하얗다고 하면 꿍꿍이가 없이 순수한 사람을 의미하고, 뱃속이 시커멓다고 하면 반대의 의미가 된다. 또 전부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할 때 배를 열어놓고 이야기하자고도 한다. (웃음)

- 밴드 요아소비의 <모노톤>이 주제가로 쓰였고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나가세 렌, 반도 료타, 마에다 겐타로가 세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은 점도 화제다. 성우를 기용할 때 어떤 점에 주목했나.

나가이 다쓰유키 아키는 난이도가 꽤 높은 역할이었다. 대사량은 적은데 생각이 많아서 어떤 뉘앙스를 표현해야 하는 구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가세 렌이 이 부분을 아주 잘 살려줄 거란 믿음을 얻었다. 료의 강인한 면모에 반도 료타가 적역이었고, 마에다 겐타로는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스스로 애니메이션 연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는 걸 오디션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 유타는 특히 애니메이션다운 연기를 요구하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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